이르면 오는 12월부터 진급을 앞둔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감독회장 이철 목사) 소속 여성 교역자는 출산휴가와 생리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또 기감 소속 목사와 전도사, 장로가 되려면 성경에 근거한 동성애 관련 교육과 더불어 양성평등·성폭력 예방 교육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기감은 26일 강원도 고성 델피노 리조트에서 진행 중인 제35회 입법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장정(교단 헌법)을 개정했다. 특히 임신·출산에 따른 여성 교역자의 진급 불이익을 막는 이른바 ‘모성보호법’이 통과된 건 교단 최초다. 향후 타 교단의 도입 여부도 주목된다.
모성보호법안 통과를 앞두고 이날 회의장에서는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일부 입법의원이 “의무 조항으로 만들면 교회들이 여성 목회자의 청빙 자체를 하지 않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법제화 대신 문화를 만들어 가자”며 반대 의견을 피력했지만 투표 결과 찬성 340표, 반대 71표로 무난히 통과됐다.
이에 따라 진급을 앞둔 기감 여성 교역자는 출산 전후로 3개월간의 출산휴가와 월 1회 생리휴가를 보장받게 됐다. 지금까지는 개교회 형편에 따라 출산·생리 휴가 사용이 천차만별이었다. 사용을 하더라도 승진 등을 앞둔 상황에서 행여 불이익을 당할까 봐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 법은 향후 장정개정위원회의 자구 수정 등 절차를 거쳐 연내 공포될 예정이다. 기감 선교국에 따르면 여성 교역자는 977명으로 전체 교역자의 9%에 달한다. 법안 제안자인 우동혁 서울남연회 만남교회 목사는 “준비 과정에서 교단의 여러 목회자와 장로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진작 했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홍보연 기감 선교국 양성평등위원회 공동위원장은 “법안이 통과된 만큼 교단 소속 모든 교회와 각 연회에서 잘 적용되기를 바란다”면서 “향후 감리회 전체 여교역자 대상으로 퍼질 것을 기대하게 하는 상징적인 결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입법회의에서는 교회 내 양성평등 확립과 성폭력 예방을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됐다. 앞으로 기감에서 목사와 전도사, 장로가 되려면 연수 과정 가운데 ‘성경에 근거한 동성애 관련 교육’과 ‘양성평등 및 성폭력 예방 교육’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또 ‘부적절한 결혼 또는 성관계(동성 간 성관계와 결혼을 포함)’ ‘간음 성폭력 성추행 등 유사 성행위’ ‘상하 관계를 이용한 부적절한 성관계(그루밍)’는 감리회 법이 정하는 범죄로 명시됐다. 범죄를 저질러 감리회 재판법이나 사회법에 따라 직무집행이 정지된 목회자를 초청하는 교회에 대해서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교단 산하 3개 신학대학원(감신·협성·목원)을 통합한 웨슬리신학대학원이 2025년 3월부터 운영되며 탈북민, 조선족, 고려인 출신 목회자는 예배당을 함께 쓰는 ‘공유목회’가 가능해졌다. 반면 개척교회 최소 입교인 수를 12명에서 5명으로 줄이는 안은 부결됐다.
고성=글·사진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