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선 마친 與 혁신위, 쇄신 관철시킬지 국민이 지켜볼 것

입력 2023-10-27 04:03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위원 인선 배경을 밝히고 있다. 이병주 기자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함께 국민의힘 쇄신을 책임질 혁신위원 12명이 26일 발표됐다. 이번 인선에선 현역 국회의원을 최대한 배제하고 인적 다양성에 신경을 많이 쓴 측면이 있어 보인다. 현역으로는 박성중 의원 1명만 들어갔고, 오신환·김경진 전 의원이 합류했다. 셋 모두 서울 지역 당협위원장인데, 여당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때 확인된 수도권의 싸늘한 민심을 염두에 뒀을 것이다. 또 소아치과 의사, 반려동물 활동가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 대구·세종·전주시 등에서 활동해온 지역 정치인들도 포함됐다. 30대 초반 전직 앵커와 대학생 등 2030세대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인선도 엿보인다. 12명 중 7명이 여성일 정도로 성별 안배에도 신경썼다.

인적 구성 자체는 다양하나 이들이 혁신위의 제1과제인 당 쇄신을 이끌 역량을 발휘할지는 확신이 안 든다. ‘영남당’이란 조롱이 나올 정도로 보수적 가치에만 함몰돼 변화를 거부해온 당의 환부를 싹 도려내야 하지만 당 내부 사정을 잘 모르는 이들이 적지 않아서다. 당에 쓴소리를 할 비윤계도 없다. 또 당 안팎에선 총선을 앞두고 혁신위가 공천룰까지 건드려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지만 현 구성원들이 과연 이를 관철시킬지도 의문이다. 아울러 세대·성별 안배 못지않게 혁신위 활동이 주목받을 수 있는 상징적 인물이 눈에 띄지 않는 것도 아쉽다.

혁신위원들은 이런 우려를 새겨들어 당 체질 변화와 개혁이 최우선 목표임을 한시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인 위원장이 인선 발표 때 ‘당에 꼭 필요한 쓴 약’을 처방하겠다고 했는데, 그동안에도 그런 처방이 없었던 건 아니다. 문제는 그런 처방을 당이 적극적으로 수용해 실천하지 않았기에 시대에 뒤떨어진 당이 됐다. 당 지도부는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는 약속이 립서비스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권한을 부여하고, 혁신위 개혁안도 전폭적으로 수용해 정치권에 변화의 새 바람이 불 수 있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