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혁신위원장과 함께 국민의힘 쇄신을 책임질 혁신위원 12명이 26일 발표됐다. 이번 인선에선 현역 국회의원을 최대한 배제하고 인적 다양성에 신경을 많이 쓴 측면이 있어 보인다. 현역으로는 박성중 의원 1명만 들어갔고, 오신환·김경진 전 의원이 합류했다. 셋 모두 서울 지역 당협위원장인데, 여당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때 확인된 수도권의 싸늘한 민심을 염두에 뒀을 것이다. 또 소아치과 의사, 반려동물 활동가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 대구·세종·전주시 등에서 활동해온 지역 정치인들도 포함됐다. 30대 초반 전직 앵커와 대학생 등 2030세대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인선도 엿보인다. 12명 중 7명이 여성일 정도로 성별 안배에도 신경썼다.
인적 구성 자체는 다양하나 이들이 혁신위의 제1과제인 당 쇄신을 이끌 역량을 발휘할지는 확신이 안 든다. ‘영남당’이란 조롱이 나올 정도로 보수적 가치에만 함몰돼 변화를 거부해온 당의 환부를 싹 도려내야 하지만 당 내부 사정을 잘 모르는 이들이 적지 않아서다. 당에 쓴소리를 할 비윤계도 없다. 또 당 안팎에선 총선을 앞두고 혁신위가 공천룰까지 건드려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지만 현 구성원들이 과연 이를 관철시킬지도 의문이다. 아울러 세대·성별 안배 못지않게 혁신위 활동이 주목받을 수 있는 상징적 인물이 눈에 띄지 않는 것도 아쉽다.
혁신위원들은 이런 우려를 새겨들어 당 체질 변화와 개혁이 최우선 목표임을 한시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인 위원장이 인선 발표 때 ‘당에 꼭 필요한 쓴 약’을 처방하겠다고 했는데, 그동안에도 그런 처방이 없었던 건 아니다. 문제는 그런 처방을 당이 적극적으로 수용해 실천하지 않았기에 시대에 뒤떨어진 당이 됐다. 당 지도부는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는 약속이 립서비스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권한을 부여하고, 혁신위 개혁안도 전폭적으로 수용해 정치권에 변화의 새 바람이 불 수 있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