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신한철(당시 27세)씨의 가족이 조의금 전액을 신씨 모교에 기부했다. 신씨 가족은 생전 꾸준하게 기부를 해 온 막내아들 신씨의 뜻이라고 전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 참사로 사망한 신씨의 가족이 조의금 전액인 8791만5000원을 고인의 모교인 서울 발산초·신월중·광영고에 기부했다고 26일 밝혔다.
막내아들을 잃고 슬픔과 고통의 시간을 보내던 가족들은 기부를 통해 신씨를 기억하기로 했다. 신씨는 평소 장애인 일터에 매달 기부하는 등 소외계층을 돕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왔다고 한다.
아버지 신현국씨는 “한철이가 어릴 때 엄마와 길을 가다 죽어가는 지렁이를 본 적 있다. 엄마가 ‘지렁이는 흙에 있어야 하는데 거의 죽었네’라고 무심코 말하자 지렁이를 들어 올리더니 가까운 화단에 옮겨주는 아이였다”며 “커서는 방송에 어려운 이들에 대한 얘기나 ARS를 통한 기부 안내가 나오면, 꼭 버튼을 누르곤 했다. 기부는 한철이의 뜻”이라고 말했다.
어머니 송선자씨 역시 “아들이 살아있을 때 매달 3만원씩 강서구 장애인 일터에 기부하고 있었다. 해당 장애인 일터는 (아들이) 초등학생 때 체험학습을 했던 곳이라고 한다”며 “(이태원 참사 이후) 통장을 찍어보니 (기부를) 7년3개월 동안 하고 있었더라”고 했다.
신씨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관심이 많았다. 건국대를 졸업한 뒤 연예기획사에서 일하다 성균관대 미디어문화융합대학원(엔터테인먼트경영 전공)에 재학 중이었다. 그의 일기장에는 “내가 ‘어떤 누군가’가 된 듯한 느낌을 들게 해주는, 그런 가수와 앨범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쓰여 있었다.
기부금은 신씨 가족의 의사에 따라 각각 20%는 발산초, 30%는 신월중, 50%는 광영고에 나눠 전달될 예정이다. 신씨 가족은 “기부금이 결식아동이나 저소득층 학생 등 어려운 학생들에게 쓰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한철씨 가족의 뜻을 받들어 기부금 중 단 1원도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