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시련 딛고, 호남 복음화 기틀 닦은 하위렴의 복음 여정

입력 2023-10-27 03:05

윌리엄 B 해리슨(1866~1928) 선교사의 한국 이름은 ‘하위렴’이다. 미국 남장로교 파송을 받아 호남 복음화의 기틀을 닦았던 인물로 평가받지만 공헌에 비해 사역 전반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책은 하위렴 선교사와의 접점이 적지 않은 저자가 기록한 ‘하위렴 일생의 흔적’이다. 군산 출신인 저자의 증조부가 1900년 하위렴으로부터 복음을 받았다. 저자가 하위렴을 발굴하고 추적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책에는 영광의 기록만 담긴 건 아니다. 구한말 복음을 심기 위해 포기해야 했던 안락한 삶의 조각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하위렴은 병원과 학교를 세우고 교회를 설립했다. 이 와중에 동역자인 아내 데이비스가 갑작스럽게 목숨을 잃었다. 그 또한 건강이 좋지 않았다. 안식년이 주어졌고 짧은 쉼을 가진 뒤 돌아와 사역에 매진했지만 건강이 다시 발목을 잡았다. 재혼한 아내도 번번이 병마와 싸웠다.

아픔은 선교의 자양분이 됐다. 복음에 배타적이던 군산에 75개 교회가 세워졌고 교인은 5000여명으로 늘었다. 미국 남장로교가 세운 병원 중 가장 큰 ‘야소병원’도 자리 잡았다. 그동안 감춰져 있던 하위렴의 복음 여정이 켜켜이 쌓여 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