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머지 시간을 온몸으로…” 노년에도 가슴 뛰는 ‘여행’

입력 2023-10-26 20:28

무엇을 하며 노년기를 살아갈 것인가. 저널리스트로 살아온 고혜련의 선택은 여행이었다. 일을 하며 수많은 나라를 여행했고, 미국에서 공부하며 살기도 한 그에게 여행은 여전히 가슴 뛰는 일이었다. “내 앞에 놓인 나머지 시간들을 찡하게 온몸으로 겪어내고 싶다.” 그렇게 그는 여행작가로 데뷔했다.

‘고혜련의 지구촌 여행’이 다루는 지역은 그야말로 지구촌 전체다. 젊은 시절을 보낸 캘리포니아를 다시 찾아가는 여행으로 시작하더니 중국 하얼빈, 독일 베를린 장벽, 러시아 모스크바, 멕시코 티후아나를 휙 돌고 유럽, 남미, 아시아, 중동으로 나아간다.

그렇다고 넓기만 한 건 아니다. 여행의 주제는 단단하고 신선하다. 헤밍웨이, 고흐, 단테, 괴테 등 거장의 고향을 찾아가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주택 묘지, 런던 넌헤드 공동묘원 등 죽음의 공간들을 돌아본다. ‘사라진 공중 도시들’ ‘소국 기행’ 같은 주제들도 있다. 어떤 페이지를 읽어도 인간과 문화에 대한 원숙한 시각을 느낄 수 있다.

책 한 권으로도 다 쏟아내지 못한 이야기가 남은 것일까. 저자는 세계 곳곳의 작은 도시들을 소개하는 2권을 예고했다.

김남중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