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별세한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3주기 추도식이 25일 경기도 수원 이목동에 위치한 삼성가(家) 선영에서 열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취임 1주년(27일)을 이틀 앞두고 열린 추모식에는 이 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김재열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 등 가족들이 모였다. 유족들은 오전 11시부터 선영에서 30분간 추모 시간을 가졌다.
이 회장은 추도식 참석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한 중동 경제사절단 활동을 마무리한 뒤 전세기를 타고 이날 오전 6시30분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이어 한남동 자택에서 모친 홍 전 관장과 차량에 동승해 선영에 도착했다.
유족들의 추모에 앞서 삼성그룹 사장단 60여명도 이 회장 묘소를 차례로 찾았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과 노태문 삼성전자 MX(모바일)부문 사장, 경계현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사장 등이 선영에 20여분간 머물며 고인을 추모했다. 추도식에는 이학수 전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윤부근 전 삼성전자 부회장 등 성대회(삼성 전직 사장단) 40여명을 비롯해 이 선대회장의 병상을 지킨 의료진 20여명 등 모두 150여명이 참석했다.
이 회장은 추모를 마친 뒤 용인 인재개발원에서 사장단과 오찬을 가졌다. 식사 이후에도 이 회장은 별도의 메시지를 내지 않은 채 평소의 경영 활동을 이어갔다. 이 회장은 지난해 이 선대회장 2주기 추도식 당일 사장단과의 오찬에서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꼭 같이 만들자. 제가 그 앞에 서겠다”며 회장 취임 포부를 밝혔었다. 삼성도 그룹 차원의 추모 행사를 별도로 열지 않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3주기를 보냈다.
재계 안팎에선 이 선대회장의 3주기와 더불어 고인의 천문학적 규모의 사회 환원 활동이 재조명되고 있다. 유족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던 이 선대회장의 뜻을 기리기 위해 2021년 4월 미술품 2만3000점을 기증했다. 감염병 극복에 7000억원,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에 3000억원 등 의료 공헌에도 총 1조원을 기부했다. 상속세 마련을 위해 상속 재산 대부분을 매각하기보다 유산의 약 60%를 사회에 환원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이 선대회장은 생전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기업의 사명이며,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시대적 의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