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칼날이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술탈취’ 의혹을 정조준했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화물 운송 중개 플랫폼 화물맨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탈취했다는 논란을 들여다 본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에 이어 주요 계열사들이 중소기업 아이디어·기술을 탈취했다는 의혹에 시달리는 중이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카카오에 질의가 집중될 전망이다.
25일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정위로부터 받은 답변서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된 화물맨의 탄원서를 들여다보고 있다. 공정위는 “화물맨이 제출한 탄원서를 접수해 검토 중”이라면서 “(카카오모빌리티에)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 적용 가능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공정거래법 제45조에서는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화물맨은 지난 12일 카카오모빌리티를 상대로 기술 탈취 의혹을 제기하며 중소벤처기업부와 공정위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화물맨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 2021년 인수 타당성 검토를 위해 1개월여 동안 실사를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기술과 아이디어를 도용당했다고 주장한다. 화물맨은 인수 논의 과정에서 카카오모빌리티 측에 일부 자료를 제공했다. 이후 기업가치에 대한 견해 차이로 인수는 무산됐다. 2년이 지난 이달 카카오모빌리티는 화물 운송 중개 플랫폼 ‘카카오T 트럭커’ 출시를 하겠다고 나섰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인수자의 지위를 내세워 화물맨의 기술을 탈취하려고 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 본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는 해당 기술과 아이디어가 화물맨 고유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미 다수의 국내 물류 플랫폼 기업들이 오래전부터 제공해 온 기능이기 때문에 도용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앞서 카카오모빌리티는 ‘호출(콜) 몰아주기’ 문제로 공정위로부터 27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카카오 계열사의 기술 탈취 논란은 올해 국정감사 후반부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카카오VX는 골프장 관리 플랫폼 스마트스코어의 아이디어를 무단으로 도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카카오헬스케어는 건강 관리 플랫폼 닥터다이어리와 혈당관리 플랫폼 아이디어를 놓고 갈등에 빠져있다. 이와 관련해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오는 27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종합감사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김 의원은 “대기업의 기술 탈취 문제가 심각한 만큼 공정위의 적극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