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호 “안 해본 역할 갈증 커…더 친근하게 다가가고파”

입력 2023-10-26 04:03
웨이브 제공

짧게 깎은 머리에 연신 욕을 내뱉는다. 2000년 드라마 ‘가시고기’로 데뷔한 후 영화 ‘집으로’와 ‘돈 텔 파파’로 국민 남동생으로 불린 유승호가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유승호는 아역 시절부터 섬세한 감정 연기로 대중에게 감동을 안겼다. 군 제대 후 출연한 드라마 ‘리멤버 - 아들의 전쟁’이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성인 배우로서도 전성기를 맞았다. 지난 6일부터 순차 공개되고 있는 웨이브 오리지널 ‘거래’는 25년 차 배우 유승호에게 도전이었다. 반듯하고 선한 이미지를 가진 그는 이번 작품에서 기존 이미지를 탈피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가 연기한 이준성은 사채에 시달리다 인생의 벼랑 끝에 내몰린 청년이다. 준성은 친구 송재효(김동휘)와 함께 부잣집 아들인 동창을 납치한다.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인 줄 알지만, 두 청년에게는 돈이 절실했다.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포스트타워에서 만난 유승호는 “해보지 않았던 역할에 대한 갈증이 컸다”고 털어놨다. 비슷한 나이대지만 배우 유승호의 삶과 준성의 인생은 비슷한 점이 없었다. 그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처음 해보는 게 많았다. 모르는 것투성이였다”며 “준성의 대사 중에 ‘나 같은 엠생’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난생처음 들어보는 말이어서 당황했다”고 말했다. ‘엠생’은 인생이 구제 불능일 정도로 파국으로 치달았다는 뜻으로 청년세대에서 쓰이는 자조적 용어다. 유승호는 친구들에게 주로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반듯하고 선한 이미지를 가진 유승호는 ‘거래’에서 사채에 시달리다 벼랑 끝에 내몰린 청년 이준성을 연기했다. 그는 “이미지 변신은 숙제고 더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웨이브 제공

비록 납치라는 범죄를 저지르긴 했으나 작품 속 인물들에게 연민도 느꼈다고 했다. 준성의 아버지는 사채업자들에게 쫓기다 결국 강제로 장기를 떼이게 된다. 이후 건강이 악화돼 쓰러진다. 유승호는 “전역해서 남들과 똑같이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준성이에게 말도 안 되는 일이 발생했을 때, 연기하면서 마음이 아팠다”며 “어쩔 수 없이 납치극을 벌이게 된 준성과 재효, 두 청년의 모습이 많이 안타까웠다”고 했다.

어릴 때 데뷔해 아역 배우 이미지가 강하지만 유승호도 어느덧 서른 살이 됐다. 30대에 들어서면서 그는 지금까지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했다. 유승호는 연차에 비해 연기 이외에는 노출이 적은 배우였다. 지난 8일 출연한 ‘런닝맨’이 데뷔 25년 만의 첫 예능이었다. 인터뷰 내내 그는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다는 열망을 내비쳤다.

“그동안은 겁이 많아서 피한 게 있었어요. 그런데 그게 정답만은 아니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서른이란 숫자가 주는 느낌이 컸어요. 제가 편하고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아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죠. 새로운 충격도 받아야 아이디어나 표현력도 좋아질 것 같더라고요.”

아역 배우에서 성인 연기자로 안착했다고 생각하는지 묻자 그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성인만 되면 (아역 이미지가) 해소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내 인생의 숙제로 남아있다.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