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회동 형식 핑퐁게임만 하는 여야, 협치 의지 안 보인다

입력 2023-10-26 04:02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 회동을 하자는 야당의 제안에 역시나 떨떠름한 반응을 내놨다. 인요한 국민의힘 신임 혁신위원장에게 인사하기 위해 25일 국회를 찾은 이진복 정무수석은 3자 회동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나하고 먼저 만나자’고 얘기하는 바람에 그걸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지난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양자 회담을 제안한 걸 언급한 것이다. 하지만 그 이튿날 이 대표가 3자 회동을 하자는 것으로 사실상 김 대표 제안을 거절했는데, 이 수석이 죽은 카드를 다시 끄집어내 3자 회동의 걸림돌인 것처럼 말한 것이다.

여야가 양자니, 3자니 하며 회담 형식을 놓고 옥신각신하고 있지만 진짜 대화할 마음이 있어서 그런 제안을 하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김 대표는 민주당과 사전조율도 없이 거절할 게 뻔한 양자 회담 카드를 일방적으로 던졌고, 이 대표는 주구장창 대통령이 포함된 회동만 고집하고 있다. 그나마 이번에는 김 대표를 포함시켰지만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대통령과의 영수 회담만 8번 제안해 왔다. 그런 제안을 다 거절하며 야당과의 대화에 담을 쌓은 윤 대통령부터 소통이 부족하지만, 정말 민생을 위한다면 이 대표가 대통령과의 만남과 별개로 여야 대표 회담을 한 번이라도 하지 못할 이유도 없지 않은가. 여야 모두 실제 만남이 이뤄지길 바라는 게 아니라 거절하는 상대를 흠집내기 위해 의미 없는 제안만 주고받고 있다는 느낌이다.

국민은 대화 형식이나 조건을 내세우기보다 진짜 협치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더 강한 쪽을 결국 응원할 것이다. 그런 게 내년 총선 표심에도 영향을 미치리라 본다. 경제 침체와 불안정한 국제 정세 등 나라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하면 지금 여야 간 대화가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는 걸 정치권도 모르지 않을 테다. 당장 대내외 악재에 대비할 수 있도록 내년도 예산안을 정교하게 짜야 하고, 잔뜩 밀려 있는 민생 관련 입법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대법원장 공석 사태 등 여야가 정치적으로 해결할 사안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윤 대통령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뒤 국민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는데 그 국민에서 야당을 배제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또한 여야 대표 둘이서라도 당장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일단 먼저 만나는 게 국민을 위한 정치다. 윤 대통령과 여야 모두 정치 복원에 적극 나서는 가을 정국을 만들어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