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던 민노총도 “회계공시 하겠다”

입력 2023-10-25 04:08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열린 '2023 민주노총 돌봄 노동자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이 정부의 노조 회계공시 의무화 방침을 수용해 결산 결과를 등록하기로 했다. 한국노총과 마찬가지로 조합원들에게 ‘세액공제 혜택 박탈’이라는 불이익을 주지 않기 위해 불가피한 결정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양대 노총이 회계공시에 전격 참여하면서 주춤했던 노동개혁 정책이 다시 힘을 얻게 됐다고 환영했다.

민주노총은 24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정부 의도는 노조 혐오를 부추기고 노조 탄압을 자행하기 위한 것”이라면서도 “노조를 믿고 투쟁해 온 조합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기 위해 회계공시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노조 회계의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회계를 공시하지 않는 노조는 연말정산 시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노조법·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적용 대상은 조합원 1000명 이상 노조이지만, 양대 노총 같은 상급단체에 소속돼 있을 경우 상급단체가 공시를 해야만 산하 조직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양대 노총과 산하조직은 다음 달 말까지 지난해 결산 결과를 공시해야 올해 10~12월 조합비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노동계는 그동안 회계공시 문제를 두고 ‘노조 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일단 조합원의 금전적 피해를 막아 단결력을 강화·유지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해 입장을 급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양대 노총은 회계공시와는 별개로 노조법·소득세법 시행령 개정 등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한국노총은 상급단체의 공시 여부에 따라 산하조직의 세액공제 혜택이 결정되는 운영방식이 ‘연좌제’에 해당한다고 보고 헌법소원을 청구할 계획이다.

정부는 양대 노총의 동참에 곧바로 환영 입장을 밝혔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양대 노총 참여를 통해 노조의 투명한 회계공시가 확산되면 노조의 민주성과 자주성이 한층 더 높아지고,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투명성이 제고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