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 같은 성범죄자 지정 시설에 격리한다

입력 2023-10-25 04:07
아동 성폭행 혐의로 징역 12년을 복역 후 출소한 조두순이 2020년 12월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준법지원센터에서 행정절차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조두순과 같은 고위험 성범죄자의 출소 이후 주거지를 제한하는 이른바 ‘한국형 제시카법’이 추진된다. 고위험 성범죄자가 출소할 때마다 반복됐던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이들을 ‘국가가 관리하는 시설’에 살게 하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법무부는 24일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의 거주지 제한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26일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입법 배경 설명에서 “조두순 김근식 박병화 등 끔찍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고위험 성범죄자가 출소할 때마다 국민이 많은 불안감과 우려를 나타냈다”며 “그 우려와 걱정에 십분 공감한다”고 말했다.

법원이 고위험 성범죄자에게 거주지 제한 명령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출소한 아동 성범죄자를 학교 등 교육시설로부터 1000∼2000피트(약 304~609m) 이내에 거주하지 못하게 하는 미국 제시카법보다 한층 강화된 법안이라는 평가다.

거주지 제한 명령 대상은 13세 미만 아동을 상대로 범행했거나 3회 이상 성범죄를 저지른 전자장치 부착 대상자 중 성범죄로 10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성폭력범이다. 보호관찰소장이 연령, 건강, 생활환경 등을 토대로 거주지 제한이 필요한지 판단해 검찰에 제한 명령을 신청하면 검찰이 검토해 법원에 청구하는 절차를 거친다. 법원이 거주지 제한 명령을 내릴 때는 대상자가 사는 광역자치단체 내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운영시설 가운데 법무부 장관이 정한 ‘지정 거주시설’을 거주지로 지정해야 한다. 거주시설의 구체적인 기준이나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법무부는 “국가와 지자체 등 협의를 거쳐 지역 간 편차 없이 주민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를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처벌받은 성범죄자를 지정시설에 거주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이중처벌’일 수 있다는 지적에 한 장관은 “보안처분은 형벌이 아니라 이중처벌로 볼 수 없다”며 “(범죄자들의) 교화를 위해 노력하지만 이번 사안은 개인의 문제보다 사회 방어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 장관은 이들의 선고 내용을 분석해보면 “입이 쩍 벌어지는 나쁜 놈들”이라며 “미국에서 섹슈얼 프레데터(sexual predator)라고 부르는 약탈적 범죄자에 한정해서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범 위험을 낮추기 위해 고위험 성범죄자에 대한 성충동 약물치료도 강화된다.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미 출소한 고위험 성폭력범 조두순 박병화 등에게도 소급적용될 수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거주 제한 명령 검토가 필요한 고위험 성범죄자는 지난해 말 기준 325명이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