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설탕가격이 급등하면서 설탕값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슈거플레이션(Sugarflation)’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국제 설탕가격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8.4% 상승했다. 정부가 관세 인하기간 연장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가공식품 물가 상승을 막아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24일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설탕가격지수는 162.7포인트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160포인트를 넘어섰다. 이 지수는 2015년 가격을 100으로 정해 이보다 높을수록 가격이 올랐다는 의미다. 설탕가격지수가 160포인트를 넘어선 것은 가격이 1년 이상 고공행진했던 2011년 9월(165.3포인트) 이후 처음이다. 지난 3월 이후 140포인트를 웃돌아 온 설탕가격지수 상승분은 시장가격에도 반영되기 시작했다. 지난 13일 기준 설탕 거래가격은 t당 727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0%나 올랐다. 보통 6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가격에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설탕의 대체재 격인 카카오도 가격이 오르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미국 CNBC방송 등에 따르면 뉴욕 선물거래소에서 카카오 12월 인도분 가격은 t당 3786달러로 1979년 1월 이후 4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설탕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기후변화로 주요 산지 생산량이 급감할 거라는 전망 때문이다.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엘니뇨에 따른 건조한 기후로 태국 인도 등의 사탕수수 생산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 팽배하다. 2대 설탕 수출국인 인도는 지난 18일 자국 내 가격 안정을 위해 최근 2년간 이어 온 설탕 수출제한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인도의 수출제한 조치는 뉴욕·런던 선물거래소의 기준가격을 상승시켜 전 세계적으로 식품 가격의 추가 인플레이션 우려를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하반기 설탕가격 상승분은 2011년 상반기 제당(설탕 제조) 물가를 30.0%나 끌어올렸다.
정부는 슈거플레이션 우려를 진화하기 위해 연말까지인 설탕 할당관세(0%)를 내년까지 연장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CJ제일제당과 간담회를 하고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내년 2월 초까지는 물량이 확보돼 있어 가격 인상 요인이 적지만 계속 지켜봐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