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印·러 사실상 의지 없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 유명무실 위기

입력 2023-10-25 04:06
주된 온실가스 중 하나인 이산화탄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중국 미국 등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이 자체 설정한 ‘2030 국가별감축기여(NDC)’ 목표가 유명무실화하고 있다. 감축 목표와 비교해 현실적인 감축량이 크게 못 미치는 실정이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은 현재 석탄발전소를 추가 건설하고 있어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24일 ‘주요 탄소 배출국 2030 NDC 목표 달성 전망’ 보고서를 내고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의 감축 목표치와 실제 전망치 사이의 격차가 상당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경협에 따르면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0%는 상위 13개 배출국이 차지한다. 특히 세계 1위 배출국 중국과 더불어 미국 인도 러시아 등 상위 4개국 비중이 50% 이상이다. 하지만 배출량 상위 4개국의 감축 목표 달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중국은 2023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2021년 기준 배출량 14기가톤(GtCO2-eq)보다 40%가량 증가한 20기가톤에 이를 것이라는 게 국제사회의 관측이다. 미국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52%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방침이지만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 최근 미국 의회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정책 효과를 반영해도 2005년 대비 43% 수준의 감축이 최대치”라고 밝혔다. 인도는 경제 성장을 위해 오히려 배출량을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2030년까지 석탄발전량을 지난해 대비 25% 증대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러시아 역시 넷제로(Net Zero) 시점을 중국과 같은 2060년으로 설정한 상태다. 한경협 관계자는 “중국과 인도, 러시아는 사실상 온실가스 감축 의지가 없다고 평가된다”고 했다.

주요 20개국(G20) 국가의 감축 목표 역시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전망치 간 차이를 나타내는 ‘감축 격차율’에서 G20 평균은 25.0%로 나타났다. 한국은 평균을 상회하는 34.2%로 집계됐다. 배출량에 비해 감축 목표를 지나치게 높게 설정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추광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당초 낙관적인 기대와는 달리 많은 국가에서 온실가스 감축이 계획대로 이행될지가 매우 불확실하다”며 “현실적인 온실가스 저감 노력과 함께 기후변화 적응 전략을 본격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