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뜨거운 크리스천 리더라야 다른 사람도 뜨겁게 해”

입력 2023-10-25 03:01 수정 2023-10-25 11:14
박조준 갈보리교회 원로목사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열린 제25회 크리스천리더스포럼에서 ‘지도자의 사명’을 제목으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오른쪽은 장윤금 숙명여대 총장이 지난 삶 속에서 만난 하나님을 간증하는 모습. 신석현 포토그래퍼

“크리스천 지도자라면 내 마음이 먼저 뜨거워야 합니다. 소명을 바탕으로 가슴속에 열의와 열정이 있는 지도자라야 다른 사람 역시 뜨겁게 할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의 대표 원로로 꼽히는 박조준(89) 갈보리교회 원로목사가 제시한 이 시대 지도자의 덕목이다. 박 목사는 2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열린 크리스천리더스포럼(CLF·회장 이병구 네패스 회장) 주 강사로 강단에 올랐다. 국민일보(사장 변재운)가 주최한 25번째 CLF에서는 정치·경제·산업·사회 등 각계에서 활동 중인 크리스천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박 목사는 1934년 평안남도 강동의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났다. 청소년 시절까지 북한에서 신앙 생활하며 성장한 그는 6·25전쟁을 계기로 가족과 함께 피란해 남한에 정착했다. 1961년 목사 안수를 받은 후 서울 영은교회와 영락교회, 성남 갈보리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시무했다. 세속화되고 교권화된 한국교회 정치의 한계를 극복하고 하나님이 중심에 서는 교회 정치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일념으로 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협의회(KAIKAM)와 국제독립교회연합회(WAIC)도 설립했다.

평생 목회 현장에서 한국교회의 개혁을, 시대 파수꾼으로서 목회자의 사명을 외쳐 왔다. 1980년대 서슬 퍼런 신군부 시절에는 목회자의 양심과 소신에 따라 권력에 굴하지 않았던 그의 모습은 많은 이들의 본보기가 됐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해외 순방 동행과 국가조찬기도회 설교 요청을 거절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날도 박 목사는 당시 상황을 전하며 크리스천 지도자라면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소명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 목사는 먼저 “하나님을 따르는 지도자는 사명감이 있어야 하며 이 사명이라는 건 ‘내가 주인이다’는 주인의식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심부름한다는 자세”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독 지도자로서 부르심을 받았다면 여호수아, 모세와 함께하겠다고 하신 그 하나님이 자신과도 함께하심을 반드시 확신해야 한다”며 “그런 확신이 없다면 그를 따르는 사람조차 갈 길을 잃어버리게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하루를 살아도 하나님이 내게 주신 사명이 무엇인지 깨달아야 우리 삶이 보람되고 의미 있다”며 “권력이나 돈, 이익을 위한 사람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하나님이 함께하시면 할 수 있다고 외치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자”고 권면했다.

박 목사에 이어 장윤금(62) 숙명여대 총장은 주어진 소명을 바탕으로 교육현장을 누비며 만난 하나님을 간증했다. 장 총장은 2020년 취임 당시 숙명여대 교직원, 학생, 동문 등 전 구성원이 참여해 뽑은 최초의 직선제 총장으로 주목받았다. 현재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장도 맡아 대학교육 분야의 혁신을 선도하는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장 총장은 이날 누구의 도움도 없이 홀로 장학금을 받아가며 미국 인디애나대학에서 유학하던 시절과 부흥 집회를 통해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경험 등을 나눴다. 그는 “공부하면서 포기하고 싶었을 때, 아이들을 키우면서 너무 힘들었을 때, 학비가 없어 막막했을 때 하나님은 언제나 먼저 나를 찾아오셨다”며 “힘들 때가 은혜이며 그때 만난 하나님을 통해 새로운 길이 열렸다”고 고백했다.

숙명여대 교수로 또 총장으로 일하며 많은 문제와 직면했을 때도 장 총장은 “풀리지 않을 것 같은 긴 터널과 같은 문제들이 하나둘씩 해결되는 것을 보면서 요한복음 2장 9절의 ‘물 떠온 하인들은 알더라’는 경험을 하게 됐다”며 “우리 주위의 문제가 커 보일 때, 하나님이 가라고 하신 길을 기도하며 걷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형통한 길이라는 걸 매일의 삶 속에서 경험한다”고 했다.

그는 “힘들고 좌절할 때,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주님 앞에 자복하고 기도하면 내 영혼의 깊은 곳에서 하나님이 세밀한 목소리로 부르시고 위로해주심을 느낀다”며 “여호수아 1장 9절 말씀처럼 하나님께서 가라고 하시면 ‘힘들다, 두렵다’ 하지 말고 따라가자”고 전했다.

CLF는 크리스천 리더들의 영적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2019년 출범했다. 올해 마지막 CLF는 오는 12월 19일 열린다. 화종부 남서울교회 목사가 설교하고, 장제국 동서대 총장이 간증자로 나선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