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마약 광고 뿌린 40대 체포

입력 2023-10-25 04:06
홍익대에서 발견된 ‘액상형 대마’ 카드 홍보물.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캡쳐

서울 여러 대학 캠퍼스 내부에 ‘액상 잡초’(Weed·대마의 은어) 영문 광고 전단을 유포했던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경찰에 “집에서 발견된 불상의 액상은 단순 액상 담배다. 외국인 유학생을 상대로 사기를 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광진경찰서는 전날 오후 8시28분쯤 송파구의 노상에서 무직 40대 남성 A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A씨는 지난 20일 홍익대 서울캠퍼스와 건국대 서울캠퍼스, 지난 22일 가천대에 마약 판매 광고물을 뿌린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대학에서도 예술 분야 단과대를 집중적으로 노렸다고 한다. 예술 전공 학생들이 마약류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생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명함 사이즈의 전단을 직접 디자인해 배포했다. 전단에는 영문으로 “영감이 필요한가? 우리가 당신을 위해 혁신적 제품인 ‘액상 잡초’를 준비했다. 합법이다. 1g으로 50배는 더 취할 수 있게 해준다. 아직 합법일 때 연락하라”는 영문 광고 문구와 텔레그램 대화방으로 접속할 수 있는 QR코드를 넣었다.

A씨 집에선 작은 용기에 담긴 액체도 함께 발견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다. A씨는 경찰에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외국인 상대로 범죄를 계획했다. 집에서 발견된 액상은 단순 액상 담배다. 액상 대마가 아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과수 감정으로 해당 액상이 대마 등 마약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현행 마약류관리법상 대마 등 마약류 매매 등에 대한 정보를 전단 등 광고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널리 알리거나 제시하는 것도 불법이지만, A씨가 만든 전단엔 액상 대마 등 마약을 암시하고 있을 뿐 실제로 마약이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다. 사기 혐의도 실제 피해 사실이 있을 때 적용 가능한데 아직 이용자나 피해자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을 암시하는 광고 문구를 이용한 점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