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목회자 범죄 연루 물의… 한국교회 신뢰도 ‘뚝’

입력 2023-10-25 03:04
한국교회의 목회자 검증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충분한 신학적 소양을 갖추지 못한 목회자가 과잉 배출되면서 사회와 교회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한 교회 예배당 모습. 픽사베이

10대 학생을 대상으로 그루밍 성폭력을 저지르고 면직된 A목사는 2021년 군소교단에서 목회를 재개했다. “앞으로 모든 사역을 내려놓겠다”고 다짐한 지 5년 만이었다. 지난 3·1절 세종시 한 아파트에 난데없이 일장기가 게양돼 온 국민의 공분을 샀다. 항의하는 시민에게 비속어로 응수하던 주민의 정체는 목사였다. 그는 한 군소교단 소속 목회자였다. 일부 유명인이나 범죄에 연루됐던 사람들이 갑자기 목사가 되기도 하는데, 그 배경엔 극적 회심과 군소교단에서 신학 공부를 했다는 얘기가 많다.

사회적 물의를 빚은 이들이 목회자인 게 세간에 알려지면서 한국교회의 목회자 검증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동을 일삼고 윤리적으로 부적절한 이들이 목회를 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다. 자격 미달 목회자 배출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선 교단과 신학교가 목사고시 및 선발 과정에서 후보생의 성품과 신학 소양, 윤리 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하지만 문제는 난립한 군소교단 신학교일수록 이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1교단 1신학교 원칙으로 신학교를 운영하면서 교단 간 경쟁과 교세 확장을 위해 속성 신학과정을 설치하고 목사 안수를 남발하고 있다.

교단 난립과 무인가 신학교의 해악 중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한국교회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지난 2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발표한 ‘2023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결과에 따르면 ‘기독교 목사의 말과 행동에 믿음이 간다’는 항목에 ‘긍정’ 반응은 20.8%, ‘부정’ 반응은 74.6%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 같은 조사에서 ‘긍정’(30.0%), ‘부정’(68.0%) 반응보다 긍정은 줄고 부정은 늘어난 수치다.

한국교회탐구센터도 지난 2월 ‘빅데이터로 본 2022년 한국교회 4대 이슈’를 발표했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사이트의 뉴스 카페 블로그 댓글 등에서 수집한 기독교 관련 온라인 여론을 분석했다. 그중 ‘전쟁과 참사에 대응하는 교회’ ‘포스트코로나 시대 교회의 회복’ ‘목회자 강력 범죄’ ‘신천지 포교 활동 재개’ 등이 4대 이슈로 모아졌다. 이들 이슈는 전체 수집된 데이터 123만건 중에서 10% 정도를 차지했다. 목회자 강력 범죄는 데이터가 6만6564건으로 4대 이슈 중 가장 많았다.

군소교단 출신의 목사가 교회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범죄와 연결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주류 교단 신학교를 제외한 군소 신학교가 한국 전체 신학교의 70~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상당수가 수준 높은 교육과정과 신학 훈련을 제공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할 수도 없다.

한경균 한국교회생태계연구네트워크 대표는 “군소교단 내엔 견제 기능이 부족하다”며 “한 사람이 평생 총회장을 하는 교단도 있고 윤리 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한 군소교단이 수두룩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넘겨짚기로 신학교육을 받으면 목회와 선교도 얼렁뚱땅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자기 마음대로 목회를 하면서 하나님 이름을 들먹이는 무자격 목회자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교회의 선교를 가로막고 사회적으로는 한국교회 신뢰도를 떨어뜨린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현실은 사회를 치유하고 품어야 할 교회의 사명에도 영향을 끼친다. 정병준 서울장신대 신학과 교수는 “세속화된 목적으로 끝없이 분열하는 교회의 이기적 행태를 계속 외부에 노출하다 보면 결국 사회로부터 배척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존 신학생의 사기 저하, 한국교회 신학의 폭을 좁힌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동민 백석대 교수는 “교단이 나뉘면 신학교 운영과 교육에도 차질이 생기는데 이 과정에서 신학생 열정이 저하됨은 물론 신앙적 회의도 심어준다. 이는 졸업 후 목회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도 “한국교회만 해도 크게 정통주의 복음주의 은사주의 자유주의 흐름이 있다. 이런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교단 신학만 강조하다 보면 신학도 역사도 모르는 반지성적 목회자와 성도를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양민경 이현성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