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자체 개발한 이산화탄소 저감 기술이 탑재된 친환경 가스 발전 설비가 다음 달부터 본격 가동된다. 해당 설비를 활용하면 가스 발전 과정에서 연간 최대 10만t이 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전력 사업에 주력해 온 한전이 친환경 가스 발전으로 활로를 찾는 모습이다.
한전 산하 전력연구원은 다음 달 2일 울산 남구 부흥산업사 울산공장에서 ‘매체순환연소 증기생산 플랜트 준공식’을 연다고 24일 밝혔다.
매체순환연소 기술은 금속산화물의 산화·환원 반응을 이용한 차세대 친환경 발전기술이다. 화석연료가 공기 또는 산소와 직접 접촉하는 기존 연소방식과 달리 두 개의 반응기 내에서 산소전달 입자가 순환하면서 연료를 연소하게 된다. 해당 기술은 공기 중 질소와 산소의 고온 접촉을 막기 때문에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질소산화물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별도의 장치 없이 발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원천 분리도 가능하다.
한전 연구원은 2021년 9월 매체순환연소 기술의 핵심 소재인 ‘산소전달입자’를 자체 개발했다. 2020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관련 과제를 따낸 뒤 1년도 안 돼 이룬 성과였다. 기술개발 과정에서 연구원이 취득한 국·내외 특허만 23건이다.
연구원은 지난해 8월 이 기술을 기반으로 3㎿(메가와트) 규모의 시범 설비(플랜트) 설계 작업에 나섰다. 지난 3월에는 매체순환연소 증기생산 시스템을 구축했고, 이달부터 플랜트 시운전을 벌이고 있다. 다음 달 플랜트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한국은 세계 최초로 관련 설비를 운영하는 나라가 된다.
한전은 매체순환연소 기술을 활용할 경우 기존 기술과 비교해 이산화탄소 분리 비용을 25%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매년 약 5000t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도 예상된다. 현재 3㎿ 규모에 그치는 설비를 100㎿까지 키울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연간 12만t 가량 줄일 수 있다는 게 한전 측 설명이다. 한전은 조만간 100㎿ 규모 플랜트 설계를 위한 작업에도 나서기로 했다. 가스 발전 과정에서 분리된 이산화탄소는 동일한 부지에 설치 예정인 이산화탄소 활용 공정에 이용된다.
한전 관계자는 “매체순환연소 기술은 온실가스 및 미세먼지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발전기술로, 발전분야 뿐만 아니라 산업 분야에도 확대 적용이 가능하다”며 “정부에서 추진하는 에너지전환 및 온실가스 저감 정책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