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3일 당 쇄신 작업을 이끌 혁신위원장에 인요한(64) 연세대 의대 교수를 임명했다. 지난 11일 실시됐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12일 만에 이뤄진 인선이다.
인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통합을 추진하려고 한다”면서 “생각은 달라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는 (의미의) 통합”이라고 밝혔다. 인 위원장은 공천 룰 개정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국민의힘에 있는 많은 사람이 내려와야 한다”며 “그다음에 듣고 변하고 희생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희생 없이는 변화가 (없다)”라고 답했다. 인 위원장은 그러면서 “이건희 (삼성) 회장님 말씀 중 제가 깊이 생각한 게 ‘와이프하고 아이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라는 말이다”며 “많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원 구성과 관련해서는 “아주 능력 있는 분들을 다 보고 있다”면서 “여성이 많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혁신위원은 8~9명 정도로 구성될 것으로 전해졌다.
인 위원장은 내년 4월 총선 출마 계획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그건 다 내려놓은 것”이라며 “이 일(혁신위원장)을 맡는 동안에는 다른 것은 없다. 이 일이 성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을 둘러싸고 내년 총선에 국민의힘 후보로 연세대와 세브란스병원이 있는 서울 서대문갑에 출마할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이에 앞서 국민의힘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인 위원장 임명안을 의결했다. 김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인 위원장을 중심으로 꾸려질 혁신위는 위원회 구성, 활동범위, 안건과 활동기한 등 제반 사항에 대해 전권을 가지고 독립적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 위원장은 이날 당사에서 김 대표와 만나 당 쇄신 방향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뒤 “며칠 전에 우리 대표님과 식사를 같이 했는데 무서울 정도로 권한을 많이 부여해줬다”고 말했다. 당시 김 대표는 “(당에) 들어와서 함께 하며 우리의 뜻을 꼭 따르지 말고 아주 거침없이 우리가 올바른 방향을 찾아나가도록 진정으로 도와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혁신위의 역할에 대한 회의적 전망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혁신위가 아무리 전권을 받았다고 하지만 공천시스템 개혁 등 민감한 사안에 메스를 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MBC라디오에서 “인 교수가 흥미롭고 혁신적인 느낌은 나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불편한 건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인 카드일 수 있다”고 전했다.
박민지 박성영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