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돈봉투 사건 강래구가 지시… 내게 덤터기 씌워”

입력 2023-10-24 04:04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지난해 9월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면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법정에서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관련 당 인사들을 향해 “한때는 동지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저한테 덤터기를 씌웠다”며 배신감을 토로했다. 윤관석 의원으로부터 돈봉투를 수수한 의혹을 받는 현역 의원 명단 일부도 이씨 증언을 통해 법정에서 처음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2부(재판장 김정곤) 심리로 23일 열린 돈봉투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씨는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과 이성만 의원, 조택상 전 인천시 정무부시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정근이 밥값이 없다며 돈을 달라고 징징거렸다’고 했다”며 “짠 듯이 저에게 인신공격성으로 덤터기를 씌웠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돈봉투 살포 관련 논의가 오간 2021년 4월 26일 기획회의에 앞서 임종성 이성만 허종식 김영호 민병덕 의원에게 회의 참석을 통보한 메시지도 법정에서 공개했다. 검찰이 “당시 임종성 허종식 의원이 (금품 제공에) 맞장구를 쳤느냐”고 묻자, 이씨는 그렇다고 했다.

검찰은 그해 4월 28일 윤 의원이 이씨에게 “인천 둘 하고 종성이는 안 주려 했는데 ‘형님, 우리도 주세요’라고 해서 3개 빼앗겼다”고 말한 녹취록과 관련해 “‘인천 둘’은 이성만 허종식 의원, ‘종성이’는 임종성 의원이냐”고 질문했다. 이씨는 “네”라고 답했다.

검찰은 윤 의원이 “다 정리해버렸는데 모자라”라며 이용빈 김남국 윤재갑 김승남 의원을 거론하자 이씨가 “거기 다 해야지. 오빠, 호남은 해야 돼”라고 답하는 녹취록도 공개했다. 검찰이 1차 전달 현장에 없었던 의원들에게도 줘야 한다는 취지냐고 묻자 이씨는 “네”라고 답했다. 이씨는 다만 실제 봉투가 전달됐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이씨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 의원에게 전달한 돈봉투 액수가 개당 100만원 이상이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2021년 3월 5일 녹취록에선 강씨가 먼저 이씨에게 “돈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물주로 지목된 특정 인사들 이름을 거론하며 “‘형님도 돈 내쇼, 밥값이라도’라는 식으로 설득하라”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는 사건 핵심 배후로 강씨를 지목하며 자신은 지시를 받아 움직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돈봉투 사건의 핵심 증거인 ‘이정근 녹취록’에 대해 검찰에 자발적으로 제출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돈봉투 의혹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 측은 검찰이 당사자 동의 없이 녹취록을 위법하게 수집했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씨가 이와 배치되는 발언을 한 것이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