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복귀 일성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기조 쇄신과 내각 총사퇴를 요구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던 이른바 ‘가결파 5인방’ 징계에 대해서는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말라”고 일축했다. 대여 공세의 고삐를 쥐고 내년 4월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당의 단일 대오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단식 농성을 하다 지난달 18일 병원에 실려간 지 35일 만인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당무에 공식 복귀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께서는 국정 기조를 전면 쇄신해야 한다”며 “무능과 폭력적 행태의 표상이 돼 버린 내각을 총사퇴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부의 폭압으로 인해 대한민국 시스템이 붕괴하고 과거로 퇴행하는 일들을 막기 위해선 반드시 총선에서 정부의 잘못된 점을 엄히 꾸짖는 심판이 이뤄져야 한다”며 “그러려면 민주당이 작은 차이를 넘어서 단결하고 단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체포동의안 일로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길 바란다”며 “그런 문제로 시간을 보낼 만큼 현실이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가결파 징계와 관련해 이 대표는 앞서 페이스북에선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 단합하자’는 정도로 표현했지만, 이날은 직접 징계 가능성을 부인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징계 실무 검토를) 하지 않는다. 논의 자체가 없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가결파 의원들에게 이 대표 공격을 자제해 달라는 메시지를 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대표는 민생 행보에 본격 나설 전망이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민생 최우선’으로 급선회하면서 민주당에서도 민생 이슈 주도권 경쟁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기현 대표가 제안한 여야 대표 간 ‘민생 협치 회담’에 대해 ‘여·야·정 3자 회동’을 역제안한 것도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일환으로 풀이된다.
권 수석대변인은 “경제 회복, 민생 챙기기를 위해 대통령과 여당 대표, 야당 대표 간 여·야·정 3자 회동을 제안한다”면서 “대통령이 직접 민생, 정치 복원을 위해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권한도 없는 ‘바지 사장’과 의미 없고 효과 없는 시간 낭비를 하는 것보다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실질적인 회담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역제안에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해외 순방 중인 대통령을 포함한 3자 회동이 먼저이어야 할 ‘여유’를 국민이 어떻게 생각할까”라고 반문하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대통령 해외 순방 중에 내각 총사퇴를 주장하고 ‘묻지마’ 영수회담을 제안하는 민주당의 속내는 결국 민생은 외면하고 정쟁을 부추겨 정치적 이득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이례적으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칭찬하면서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을 주문했다. 이 대표는 “정부 발표에 알맹이가 빠졌다. 의대 정원을 몇 명으로 확충하겠다는 이야기가 지금 없다”면서 “국정은 장난이 아니지 않으냐. 의대 정원 확대를 몇 명으로 할지 신속하게 발표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영선 신용일 구자창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