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 작가가 바라본 고인돌 그림, 오체투지 로봇, 탑골공원과 캘리포니아의 흙을 섞어 만든 화분….
국립현대미술관이 ‘올해의 작가상 2023’ 후보 4명의 작품을 최근 서울관에서 공개했다. 권병준, 갈라 포라스-김, 이강승, 전소정 네 명이 선정됐다.
한국-콜롬비아계 미국 작가 갈라 포라스-김의 신작 회화 ‘세월이 남긴 고색의 무게’는 전북 고창 고인돌을 통해 죽음을 사유하게 한다. 소리와 로봇, 그림자를 활용한 미디어 퍼포먼스를 주로 연출해 온 권병준 작가는 인간사회의 소수자이자 동반자로서 로봇을 선택해 ‘일어서는 법’ ‘오체투지 사다리봇’ 등을 내놓았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 중인 이강승 작가는 소수자에 초점을 맞췄다. 서울 종로 탑골공원, 미국 캘리포니아 등지의 흙을 섞어 화분을 만든 뒤, 인권운동가 하비 밀크가 남긴 선인장을 키우는 식이다. 전소정 작가는 경계와 속도에 주목해 시베리아 횡단열차와 여성 시인, 작가, 연주가 등을 소재로 한 신작 영상 ‘싱코피’(Syncope)를 제작했다. 암흑 속에서 춤추는 시각장애인 댄서 등 속도가 파열시키는 현대사회를 돌아본다.
올해의 작가상은 2012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해 온 중견 미술작가 발굴 프로그램이다. 올해부터는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한국계 작가도 심사 대상에 포함했다. 신작 제작 후원비도 기존 40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늘렸다. 내년 2월 네 명의 후보 가운데 최종 수상자 한 명을 가린다. 수상자에게는 추가 후원금 1000만원과 함께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현대미술 다큐멘터리가 제작된다. 2024년 3월 31일까지.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