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넉넉해도… ‘해마다 수천억’ 분권교부세 받는 지자체들

입력 2023-10-23 04:03

올해 59조원의 ‘세수 펑크’ 전망에도 서울시, 경기도 등 재정 자립도 높은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로부터 수 천억원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국고보조 사업을 지자체로 넘기는 조건 아래 생겨난 것이지만 사업 진행 현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분권교부세 보전분은 3436억원이었다. 서울시(1554억원)·경기도(1709억원)·성남시(131억원)·화성시(42억원) 등이 분권교부세 보전분을 받았다.

분권교부세는 2005년 국고보조 사업을 중앙정부로부터 넘겨받은 지자체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분권교부세는 2015년 보통교부세에 통합되며 사라졌다. 보통교부세는 중앙정부에서 지자체에 내려보내는 지원금으로 용도에 제한이 없다.

문제는 일부 재정자립도 높은 지자체들이 지금도 분권교부세 보전분 형태로 보통교부세를 받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벌어들인 돈이 쓸 돈보다 지자체에는 보통교부세를 지원하지 않는다.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자체를 굳이 지원해 줄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서울과 경기도 등이 대표적인 ‘보통교부세 불교부단체’다.

그러나 분권교부세가 보통교부세에 통폐합되면서 이같은 불교부단체들도 보통교부세를 받는 모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보통교부세 기준에 따르면 재정이 건전해 중앙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지자체이지만, 분권교부세 보전분이란 명목 아래 지원이 계속되는 것이다.

그 금액 또한 작지 않다. 최근 5년간 지급된 분권교부세 보전분은 1조7193억원에 이른다. 이 중 서울시와 경기도에 지원된 금액이 각각 7633억원, 8394억원이다.

매년 재정자립도가 높은 일부 지자체에 수 천억원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분권교부세 지급의 근거가 된 보조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지자체로 사업이 이양된 후 중앙정부 차원의 관리는 중단됐기 때문이다. 재정 지원은 하지만 사업 관리는 지자체 몫이라는 게 행안부 설명이다.

이 때문에 분권교부세 보전분이 재정 건전성 높은 일부 지자체의 여윳돈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 의원은 “이미 폐지됐어야 할 제도로 인해 재정자립도가 높은 일부 지자체에 수천억원의 교부세가 지급되는 상황”이라며 “역대급 세수 펑크로 세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관련 제도를 조속히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