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순방을 계기로 ‘제2 중동 붐’에 속도가 붙고 있다. 1세대 중동 붐은 건설에 집중됐었다. 산업계는 2세대 중동 붐의 주축으로 ‘미래·친환경 에너지’ ‘정보통신기술(ICT)’을 지목한다.
산업계에선 한국이 중동 ‘빅3 국가’(사우디·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와 협력할 유망 분야로 미래에너지, ICT, 전기차, 방위산업을 지목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중동 지역의 주요 국가와 경제협력 관계를 구축할 때 미래에너지 분야에서 태양광, 수소 등이 두각을 드러낼 것으로 22일 예측했다. 빅3 국가는 공통적으로 정부 주도의 강력한 미래에너지 산업 육성책을 펼치고 있다. 핵심은 신재생에너지다. 제각각 달성 시기는 다르지만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20%(카타르)에서 50%(사우디)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사우디는 세계 최대의 청정수소 수출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은 기술경쟁력을 기반으로 청정수소 생산부터 유통·활용에 이르는 ‘수소산업 생태계’ 구축에 전력을 쏟고 있다.
또한 중동 국가들은 미·중 중심 구조에서 벗어난 ‘디지털 경쟁력’을 확보한 한국 ICT 기업에 주목한다. 이번 경제사절단에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정책 대표가 포함됐다. 네이버는 디지털 트윈(현실세계의 사물을 가상세계에 구현), 초거대 인공지능(AI) 등의 차세대 기술을 중심으로 중동 진출을 추진 중이다.
그동안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자리한 ‘네이버 1784’ 사옥을 9차례 방문했다. 올해 3월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투자부와 국가 디지털 전환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기도 했다. UAE를 구성하는 토후국 샤르자의 셰이크 사우드 술탄 빈 모하메드 알 카시미 왕자도 지난 6월에 네이버 1784를 찾았다.
여기에다 중동은 한국의 새로운 무기 수출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무기 수입국 중 2위가 사우디, 3위는 카타르였다. UAE도 10위에 자리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대통령 순방에 동행해 방산 분야 세일즈에 나섰다.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분야에서도 한국 기업의 기대가 크다. 카타르가 12조원 규모의 LNG선 수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미 HD한국조선해양은 카타르에서 LNG선 17척을 수주한 바 있고, 추가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도 수주 유치를 노리고 있다. 김문태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중동 3국은 탈석유화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신성장동력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은 첨단 제조업 등 미래 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이번 순방을 계기로 한국 기업의 현지 진출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민영 조민아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