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국 밀수조직으로부터 마약을 공급받아 국내에 유통시킨 조선족 일당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의 총책과도 연결고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중국에 머물고 있는 조선족 총책 A씨(42)의 지시를 받고 마약류를 국내에 밀수입해 유통한 혐의로 밀수책 1명과 유통책 8명, 마약 구매자 28명 등 37명을 검거했다고 22일 밝혔다. 구속된 피의자 8명에 대해선 범죄집단 조직 혐의도 적용했다. 경찰은 검거 과정에서 이들로부터 시가 300억원 상당의 필로폰 9㎏을 압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캄보디아·태국·필리핀·중국·나이지리아·미국 등 6개국 밀수조직으로부터 마약류를 사들여 국내에서 유통시킬 목적으로 조선족으로만 구성된 조직을 만들었다. 그의 아내인 B씨(49)와 처조카 C씨(35) 등 친인척도 범행에 가담했다.
2019년 필로폰 수수 등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중국으로 강제추방된 A씨는 한국 체류 당시 파악한 마약 유통시장 정보 등을 이용해 자신이 직접 마약류 장사에 뛰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공급망 확보를 위해 우선 해외 밀수조직의 총책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마약 구매 대금은 위챗페이(중국의 간편결제서비스) 등으로 지급해 수사기관의 자금추적을 차단했다. 유통책들은 과일 통조림 캔, 자전거 안장, 야구배트, 속옷 등에 숨겨 마약을 들여왔다고 한다. 현재까지 파악된 마약 종류는 필로폰, 케타민, 엑스터시 등이다.
경찰은 A씨와 B씨 부부가 지난 4월 발생한 강남 마약음료 사건의 총책과도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B씨는 별개 사건의 필로폰 유통책 노릇을 했다가 지난 8월 구속된 상태다. B씨가 필로폰을 전달받은 조직의 상선은 강남 마약음료 사건의 총책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국제공조 수사를 통해 해외에 머물고 있는 피의자들의 신병을 조속히 확보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 조직이) 최근 검거된 태국 파타야 갱단 두목 살인사건 공범, 멕시코 카르텔 등과도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며 “A씨는 물론 필리핀에 있는 것으로 확인된 밀수입 총책 역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