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로 원전의 최종열제거원으로 쓰이는 해수(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면서 향후 20년 내에 일부 국내 원전 가동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정부는 원전 열교환기(CCW) 성능 개선 등을 통해 셧다운을 예방한다는 방침이지만 원전발전 비용과 전기요금이 동반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2일 정부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은 안전을 위해 원전별로 설계해수온도를 설정하고 있다. 원전 발전과정에서 과열된 원자로를 식혀주는 해수가 일정 온도를 넘을 경우 제대로 된 냉각수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내 원전 28기(준공 예정 포함)의 설계해수온도는 31~36.1도로 각각 다르게 책정돼 있다. 원전 주변 바닷물 기온이 설계해수온도에 도달하면 원전을 멈춰야 한다.
세계적인 기후 변화 탓에 설계해수온도는 한수원 내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다. 한수원에 따르면 1996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한빛 3·4호기 주변 바닷물 온도는 2042년 설계해수온도(35.5도)에 도달할 전망이다. 2019년 한빛 4호기 주변 해수온도는 31.1도였지만 올해 측정 결과 31.8도까지 올랐다. 지난해 상업운전을 시작한 신한울 1호기 근처 해수도 2047년에는 설계해수온도(31도)까지 기온이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한수원은 바닷물 기온이 오르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요청해 원전 설계해수온도를 올리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새울 1·2호기와 고리 2~4호기, 한울 1~6호기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최고 해수온도가 변경됐다.
한수원은 해수온도 측정과 열교환기 성능 시험, 정비를 통해 지구 온난화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한수원은 지난해 원안위에 제출한 ‘해수온도 상승에 따른 원전안전 종합관리 방안’ 보고서에서 “열교환기 교체 등을 통해 설비의 건전성을 유지하겠다”고 설명했다. 원안위 비상임위원을 맡았던 진상현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열교환기 증설 등을 위해선 원전 내 공간도 필요하고, 비용도 훨씬 많이 들 것”이라며 “한수원이 체계적인 해수 모니터링 시스템과 대응 방안을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해수온도 상승으로 향후 원전 발전 비용이 점차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석열정부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와 비교해 원전의 가성비가 높다는 이유로 원전산업 육성 기조를 밝혀 왔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가 더 심화되면 원전 열교환기 교체나 증설에 추가로 돈이 더 필요하고, 전력 가격 상승으로 국민이 부담해야 할 전기요금도 오를 수 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