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청 직원도 다 못 들어오겠다. 조치를 취해야겠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19일 경북 울릉군청 지하에 있는 대피시설을 방문한 뒤 이렇게 말했다. 2개 방으로 구성된 시설에 장관을 포함해 10여명이 들어오자 절반은 찬 느낌이었다. 빽빽하게 앉아도 100명 이상 앉기는 힘들어 보였다. 다만 지하공간 내 복도와 기계실·발전기실까지 포함하면 면적 227㎡에 275명까지 수용할 순 있었다.
울릉군은 지리적 여건상 북한 미사일 도발에 노출된 데다 관광객도 적지 않다. 지난해 11월 2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공습경보가 발령됐지만 주민과 관광객은 어디로 대피할지 모르는 데다 대피할 곳도 마땅치 않아 혼란이 벌어졌다. 정부에선 울릉군 내 대피시설 확충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대규모 정부지원 시설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행정안전부는 22일 울릉군 내에 약 2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정부지원 대피시설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전국에 지난해 말 기준 민방위 대피시설은 1만7483개가 있다. 전체 인구(5143만9038명)의 287.3%를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울릉군 내 8개 대피시설 수용률은 인구 8996명 대비 35.2%(3170명)에 불과하다. 또 대피시설 모두 규모가 큰 정부지원 대피시설이 아닌 민간, 정부 등이 소유한 지하시설물을 대피시설로 지정한 공공용 대피시설이라 1인당 점유 면적(0.825㎡)도 상당히 좁은 편이다.
특히 울릉도는 지난해 관광객 46만명이 찾았을 정도로 생활인구가 적지 않다. 입도객 기준으로 성수기엔 관광객만 3~4만명이 섬에 머무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울릉공항 개항 등으로 지속적인 관광객 증가도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후 북한의 동해상 미사일 도발도 20회 이상이다.
이에 울릉군은 정부지원 대피시설 설치를 요청했다. 행안부 역시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기획재정부를 설득했고 그 결과 9월 국비 40억원을 포함해 총 133억원을 투입해 울릉도에 대피시설을 확충하기로 했다.
대피시설 설치가 유력한 후보지는 도동항 인근 울릉초등학교다. 대피시설은 학교 운동장 지하 1층~3층에 만들어질 예정이다. 현재 울릉도에 있는 대피시설과는 달리 1인당 점유면적이 1.43㎡로 두 배 가까이 넓어지고 대피용 물자 등이 비치돼 이틀 정도는 머무를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내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완공되면 군 내 대피시설 수용률은 35.2%에서 60.1%로 올라간다.
행안부는 앞으로 주요 도서 지역을 중심으로 정부지원 대피시설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장관은 울릉군 비상대비 대응체계 점검을 끝낸 뒤 “섬 특성상 재난이나 전시에 대피할 곳도 없으므로 비상대피시설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꼭 필요할 때 잘 쓸 수 있는 대피시설을 만들기 위해 행안부에서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울릉=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