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장기 금리의 기준 격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5% 선을 돌파하면서 글로벌 고금리 장기화 충격이 커지고 있다. 미국발 긴축 장기화 우려에 국내 증시에선 7개월 만에 코스피 지수 2400선이 무너졌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으로 물가 불안이 커진 데다 고금리 우려까지 겹치면서 한국 경제 전망에 적신호가 켜졌다.
코스피 지수는 20일 전날보다 1.69% 내린 2375.0으로 마감했다. 코스피가 2400선을 내준 것은 지난 3월 27일 이후 처음이다. 전날 1.90% 내린 데 이어 미 국채 금리 급등으로 인한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1.89% 하락한 769.25로 장을 마쳤다. 이날 한국뿐 아니라 일본 등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10년 만기의 미 국채 금리는 19일(현지시간) 오후 연 5.001%로 치솟은 뒤 4.9898%로 마감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5.0% 선을 돌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다만 이는 미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 등 일부 플랫폼에서 나타난 수치로 다른 거래 플랫폼에선 5% 아래에 머무른 데이터도 있었다.
미국발 고금리 충격은 이달 말로 예정된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증폭됐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이날 뉴욕경제클럽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너무 높으며 최근 몇 달간의 좋은 수치는 인플레이션이 우리 목표를 향해 지속 가능하게 하락하고 있다는 신뢰를 구축하는 일의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어느 시점에 인플레이션이 안정될지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여전히 견조한 미국의 경제 상황에 비춰 연준이 돈줄을 죄는 통화정책을 더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글로벌 고금리 국면은 하반기 경기 반등을 노리는 한국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글로벌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 급등은 시장 금리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낳는다. 가뜩이나 가계부채 급증에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 기업 투자 위축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 경제의 회복이 더 멀어질 수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장기화 조짐까지 맞물리면서 경기 전망은 한층 어두워지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아직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수습되지 않았기 때문에 고금리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은) 우리 금융, 외환, 국제유가, 실물경제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