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판사 마음대로 용서, 국가가 2차 가해”

입력 2023-10-21 04:08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A씨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 간이 벽 안쪽에서 비공개로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A씨가 20일 국회 국정감사장에 출석해 재판 과정에서 느낀 공포감과 2차 피해에 대해 직접 증언했다. 그는 “숨이 막히는 공포를 느낀다”며 거듭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A씨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부산고등법원 등에 대한 국감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A씨는 신원 노출을 우려해 가림막으로 모습을 가린 채 증언했다. 그는 “1심 판결 후 가해자가 주소를 달달 외우며 ‘다음번에는 꼭 죽여버리겠다’는 얘기를 했다”며 “혼자서 이 피해를 감당하면 끝났을 일인데 괜히 가족까지 이어지는 것 같아 숨이 막히는 공포를 느낀다”고 말했다.

A씨는 재판 과정과 판결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가해자가 1심 공판 내내 살인미수를 인정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어떻게 가해자의 반성이 인정되는지를 전혀 인정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이어 “범죄와 아무 관련 없는 반성, 인정, 불우한 환경이 도대체 이 재판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피해자가 용서하지 않겠다는데 왜 판사가 마음대로 용서하나. 국가가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귀가하던 중 오피스텔 엘리베이터 앞에서 몰래 따라온 이모씨에게 돌려차기 등으로 무자비하게 폭행당한 뒤 정신을 잃었다. 이씨는 1심에서 살인미수죄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선 검찰이 강간살인미수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해 징역 20년으로 형량이 늘었다. 이 판결은 지난달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피해자는 공판 기록 열람을 위해 민사소송을 하는 과정에서 신상정보가 이씨에게 노출된 점을 지적하며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결국 피해자에게 (법원이) 공판 기록을 주지 않아서 피해자의 신상정보가 가해자에게 노출됐고 보복범죄를 발생시키는 원인을 제공한 점을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흥준 부산고등법원장은 국감장에서 보인 태도로 질타를 받았다. 그가 “관할 고등법원장으로서 안타까움을 많이 느낀다”고 하자,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안타깝다는 표현이 말이 되는가”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김 고법원장은 형사소송 절차를 언급하며 “화살의 방향은 법원이 아니라 검찰을 향해야 한다”고 해명했고, 이 과정에서 웃음을 보였다. 조 의원은 “이게 웃을 일인가. 부산에서 당신이 어떤 대접을 받는지 몰라도 그 태도가 뭔가”라며 “인간이라면 좀 미안한 마음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