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 쇼크에 중동 불길… 맥없이 무너진 한국 증시

입력 2023-10-20 04:07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미국 국채 금리가 16년 만에 장중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국내 증시가 휘청였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 국내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글로벌 고금리 국면은 더 장기화할 전망이다.

19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90% 내린 2415.80으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3.07% 내린 784.04를 기록해 낙폭이 컸다. 코스닥이 종가 기준 800선을 내준 것은 지난 10일 이후 7거래일 만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8원 상승한 1357.4원을 기록했다. 지난 17~1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세를 보였던 외국인은 이날 순매도로 돌아섰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세에다 역대 최대인 한·미 기준금리차를 고려하면 국내 금융시장은 더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증시는 미 국채 금리 급등에 따른 충격이 컸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8일(현지시간) 연 4.9%를 넘어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채 금리 상승은 미국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며 고금리 장기화 우려를 키운 영향을 받았다. 전날 발표된 9월 미국의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7% 증가해 예상치를 웃돌았다. 6%대로 높게 유지되고 있는 미국의 재정 적자도 장기채권 금리 인상의 원인으로 꼽힌다. 미 국채 금리는 시장금리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이날 기준금리를 6차례 연속 동결한다는 결정을 내리며 긴축기조를 강조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시장에서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국제유가와 미 국채 금리 급등 등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 당분간 한은이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은행권 연체율 상승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은은 기대에 못 미치는 국내 경기 회복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저를 제외한 금융통화위원 6명 중 5명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면서 추가 긴축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에 기준금리를 3.50%에서 동결한 가장 큰 원인은 여러 불확실성 때문”이라며 “중동 사태로 생각했던 물가가 예상 경로를 벗어나고 기대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면 금리 인상을 굉장히 심각하게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