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라덕연 사태? 영풍제지 주가조작 정황에 거래정지

입력 2023-10-20 04:04

금융당국이 영풍제지와 대양금속 등이 하한가로 내려앉기 전 불공정 거래 정황을 확인하고 거래정지 조치를 검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급격한 주가 변화가 없어도 시세조종 등에 따른 악영향이 예상될 경우 거래를 정지할 수 있도록 한 한국거래소 규정에 근거해서다. 다만 검찰 수사 등의 움직임이 알려지면서 매물이 쏟아져 나왔고 이에 따른 주가 급락 후 거래정지 조치가 이뤄졌다. 검찰은 19일 불공정 거래에 연루된 4명을 긴급체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은 영풍제지와 최대주주인 대양금속의 시세조종 정황을 파악하고 사전에 거래정지를 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전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시세조종 정황만으로 거래정지를 검토하는 경우는 없었다. 다만 라덕연 일당과 네이버 주식 투자카페로 촉발된 무더기 하한가 사태를 겪은 뒤 당국의 기조가 달라졌다.

하한가를 기록한 18일 당일 거래정지 조치를 할 수 있던 것은 사전에 구체적인 정황을 파악하고 있었고, 거래정지 가능 여부를 검토했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 설명이다. 앞서 거래소는 지난 8월 3일 소수계좌 매수관여 과다를 이유로 영풍제지를 투자 경고 종목으로 지정했다. 같은 달 26일에도 특정계좌 매매관여 과다 이유로 영풍제지를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라덕연 일당의 8개 종목 무더기 하한가 사태 이후 꾸준히 시장에 유사한 수법의 주가조작 움직임이 있는지 감시해 왔다. 지난 6월 주식 투자카페에서 집중적으로 추천된 5개 종목의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나타난 뒤 영풍제지의 수상한 주가 흐름이 포착됐다.

영풍제지는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약 730% 오르며 시장의 의심을 받았다. 최근 무더기 하한가 사태를 맞았던 종목처럼 오랫동안 조금씩, 하지만 꾸준히 쉬지 않고 주가가 올랐다. 또 영풍제지가 전통산업으로 분류되고 있어 시장의 관심이 비교적 작았다는 점도 이전의 무더기 하한가 사태와 닮았다. 다만 17일 기준 영풍제지의 차액결제거래(CFD) 잔고가 80만원에 그쳤고, 관련 반대매매로 인한 하한가가 아니라는 점은 차이점이다.


검찰은 이날 시세조종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긴급 체포한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주가 조작을 위한 자금을 모집하는 등 영풍제지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하한가가 발생하기 전날인 지난 17일 이들을 긴급체포하고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영풍제지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회사 측은 부인했다. 시장에서는 대양금속이 영풍제지를 인수할 때 무자본으로 인수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대주주가 개입됐을 것이라는 의혹도 뒤따른다. 그러나 영풍제지 모회사 대양금속은 이날 “회사나 관계자가 압수수색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검찰이나 금융당국에서 불공정거래 의혹과 관련해 통보받은 사실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