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9일 연 3.50%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2월부터 6차례 연속으로 내린 동결 결정이다. 가계부채 급증세와 고환율, 고물가 등 복합 위기에다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까지 겹치며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일단 금리를 묶어 놓고 국내외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취지인데, 한은은 고금리를 한동안 유지하겠다는 기조를 거듭 강조했다. 과도한 빚을 내어 부동산에 투자하는 ‘영끌족’에게 경고 메시지도 날렸다.
한은은 이날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금통위원 6명의 만장일치로 동결 결정을 내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상승률이 기조적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지만, 주요국 통화 긴축 기조의 장기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이어 “물가상승률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완만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가계부채의 증가 흐름도 지켜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기준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한은의 ‘동결 딜레마’는 9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역대 최대인 2.0% 포인트까지 벌어진 한·미 기준금리 차와 원·달러 환율 상승세, 가계부채에 초점을 맞추면 기준금리 인상은 필요하다. 하지만 수출·소비 부진 등 불안한 실물경제 상황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 등을 고려하면 금리 인상 카드를 쉽게 빼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외 불확실성은 더 커지고 있다. 이 총재는 “높아진 국제유가와 환율의 파급 영향,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으로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8월 전망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 8월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로 각각 3.5%와 2.4%를 제시한 바 있다.
이날 금통위에서 1명의 금통위원은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이 워낙 커서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낮출 수도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이 총재를 제외한 나머지 금통위원 5명은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을 유지했다. 이 총재는 “지난 8월 회의 때보다 긴축 강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 정책과 관련해서는 “미시적인 조정을 해보고 정 안 되면 금리를 통한 거시적인 조정도 생각해보겠지만 그런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가계부채는 결국 부동산 가격의 문제”라며 “통화정책은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화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을 오르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빚투’ 경고음은 한층 더 커졌다. 이 총재는 “자기 돈으로 투자하는 것이 아니고 레버리지(차입)로 (부동산 투자를) 하는 분들이 많은데 기준금리가 다시 1%대로 떨어져 비용 부담이 적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경고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