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만여명의 퇴직 경찰공무원 단체인 대한민국재향경우회(경우회) 중앙회장이 감정평가사에게 뒷돈을 주고 경우회 소유 땅값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경우회 중앙회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1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마포경찰서는 현 경우회 중앙회장인 A씨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고 그를 감정평가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지역 경찰서장을 지낸 A씨는 2021년 5월 경우회 중앙회장에 당선됐다.
고발장 등에 따르면 A씨는 직전 경우회장 선거를 앞두고 진행된 당시 집행부의 ‘경우회 소유 부동산 헐값 매각 의혹’ 진상 조사에서 감정평가사를 매수해 토지가를 부풀린 의혹을 받고 있다.
2021년 2월 경우회 내부에선 당시 집행부가 경우회 자산을 헐값에 팔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회장이던 B씨와 지도부가 2019년 경우회가 지분을 소유한 경기도 화성 기흥골프장 인근 9082평의 땅을 6억원에 매각했는데,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이라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의혹 확인을 위해 경우회에서 진상조사단이 꾸려졌고, 감정평가 결과 땅값은 25억7400여만원으로 나왔다. 이후 B씨는 연임에 실패했고, A씨가 당선됐다.
문제는 지난해 10월 해당 토지를 감정평가했던 D법인 감정평가사가 이 건으로 국토교통부로부터 업무정지 1개월의 징계를 받으면서 다시 불거졌다. 값을 매기려는 땅과 가치가 비슷하거나, 거리가 가까운 토지를 비교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는 게 징계 사유였다. 현재 이 감정평가사는 징계 처분에 불복해 소송 중이다.
또 당시 상황을 아는 경우회원들의 말에 따르면 진상조사단은 공정성 확보를 위해 한국감정평가사협회에 의뢰해 업체 두 곳을 무작위로 선정하려 했지만, 실제 감정평가는 D법인 한 곳에서 이뤄졌다. 2019년 매각 당시 업체 두 곳이 평가한 땅값은 각각 6억원대였지만 약 2년 뒤 D법인은 3배가 넘는 값을 매겼다.
고발장에는 A씨 측에서 해당 감정평가사에게 수수료 외에 추가로 300만원을 건넸다는 주장도 담겼다. 경찰은 조만간 A씨를 불러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A씨는 “전혀 사실과 다른 내용이다. 나를 시기하는 사람들의 음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계좌에서 300만원이 나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 부분은 조사를 해서 다시 얘기하겠다”고 했다. 또 진상조사단 소속이 아니었는데도 감정평가 비용을 지급한 이유 등 추가적인 질문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알아보겠다”며 확답을 피했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