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에 70억… ‘보물지도’ 만들어 돈 뿌린 중외제약

입력 2023-10-20 00:04
구성림 공정거래위원회 지식산업감시과장이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JW중외제약이 자사 제품의 판매를 늘리기 위해 병의원에 리베이트를 제공, 29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약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전국 1500개 병·의원에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JW중외제약(중외제약)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9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는 역대 제약사 리베이트 사건 가운데 가장 큰 과징금이다. 중외제약은 맞춤형 리베이트 제공을 위한 데이터를 ‘보물 지도’라는 이름으로 작성해 관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62개 의약품의 처방 유지 및 증대를 위해 2014년 2월부터 10년간 70억원의 리베이트를 병·의원에 제공한 중외제약에 대해 이 같은 제재를 내리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공정위는 본사 주도로 이뤄진 불법 행위라고 판단하고 중외제약뿐 아니라 이 회사 신영섭 대표이사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중외제약은 18개 의약품의 신규 채택 및 처방 증대를 목적으로 2014년 2월~2023년 10월 2만3000차례 전국 병·의원에 65억원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 2014~2018년에는 44개 품목의 처방을 늘리기 위해 500차례 5억3000만원의 경제적 이익을 병·의원에 제공했다.

리베이트 제공은 치밀하게 이뤄졌다. 공정위는 중외제약이 ‘보물 지도’를 기반으로 리베이트 지원 대상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중외제약은 기존 처방량을 근거로 처방량이 늘어날 수 있는 지원 대상을 선정해 보물 지도라는 이름의 자료로 정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외제약은 이를 바탕으로 현금·식사·골프·학회 등 지원 대상 의료인이 선호하는 판촉 수단을 조합해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중외제약은 자사 제품을 처방한 병·의원에 22억원의 현금을 전달했다. 100만원의 의약품을 처방한 병·의원에 100만원을 지급하는 식으로 돈을 건넸다. 제품설명회·심포지엄 개최 등을 이유로 의료인에게 24억원의 숙박·식사·향응 비용 등을 지원했다. 병·의원 임상연구 21건에는 7억원의 연구비도 지원했다. 해외학회 참가자 지원, 학회 지원, 골프 접대 등을 통해 9000만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내부 통제 역할을 해야 하는 본사 컴플라이언스팀은 리베이트 관련 용어를 정상적인 판촉 활동으로 위장하도록 했다. 야유회 지원은 거래처 활동, 회식 지원은 제품설명회로 바꾸도록 하고 할인·할증 등의 표현은 삭제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중외제약이 위법적 영업 활동을 숨기기 위해 용어 변경을 한 것으로 봤다.

공정위는 중외제약이 과거 비슷한 이유로 제재받았던 점을 고려해 과징금 수위를 결정했다. 중외제약은 2007년에도 부당 지원으로 공정위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신 대표이사가 (불법 행위를) 묵인하고 가담했다는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