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9일 연 3.5%인 기준금리를 또 동결했다. 올해 2·4·5·7·8월에 이은 6연속 동결이다. 그런데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리 동결 결정과는 동떨어지는 듯한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총재를 뺀 위원 6명 중 5명이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졌고 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도 늦춰질 가능성이 커져 향후 3개월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는 것이다. 지난 7월 2.3%로 연중 저점을 찍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3.4%에 이어 9월엔 3.7%로 뛰었다. 한은의 중기 관리 목표치 2.0%를 훌쩍 넘어선 것으로, 금통위원 절대다수가 우려할만한 단계로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금통위가 이처럼 매파적 진단과 다른 처방을 한 데 대해 이 총재는 불확실성을 꼽았다. 국내외 경제 환경의 복잡성을 고려해 일단은 관망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그간 금통위가 열리지 않은 개월 수까지 고려하면 관망만 벌써 9개월째로, 고민의 장기화로 인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물론 작년 하반기 이후 수출 부진 속에서 성장을 홀로 이끌었던 민간소비(-0.1%)마저 설비투자(-0.2%), 정부 소비(-1.9%) 등과 함께 뒷걸음쳤다. 설상가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까지 터지면서 ‘상저하고’식 경기 회복 기대는 물 건너갔다.
이런 우려를 감안하더라도 중앙은행이 물가안정을 애써 외면하고 성장 쪽에 무게추를 실은 건 유감이다. 코로나19에 따른 과잉 유동성과 그 부산물인 고물가가 올해 1%대 저성장의 근본 원인이자 성장 회복의 걸림돌이기에 더욱 그렇다. 게다가 이날 금통위의 통화정책 방향 회의 전 미국의 10년 만기 재무부 채권 금리가 16년 만에 최고치인 4.94%로 뛰었다는 ‘금리 발작’ 소식은 글로벌 고금리 장기화까지 예고하고 있다. 요즘 롤러코스터로 치닫는 국제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한은의 통화정책 실기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외국인들은 환율 급등과 2% 포인트로 벌어진 한·미 금리 차에 경악하며 ‘셀 코리아’ 페달을 밟는 중이다. 한은이 지난해 미국의 본격적인 금리 인상 전 선제적인 금리 인상 조치를 취해왔던 혜안을 다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