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계속되면서 양측의 사망자만도 5000명에 달하고 있다. 하마스의 간헐적인 로켓 공격으로 이스라엘 측도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팔레스타인 측의 희생이 더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흐름이다. 압도적 군사력을 앞세운 이스라엘의 보복 폭격으로 18일(현지시간) 현재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 3400여명이 숨지고 1만2000여명이 다쳤다. 희생자 대부분이 민간인이고 3분의 1이 어린이들이라고 한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영토 기습 침공, 민간인 무차별 학살 및 납치는 어떤 이유에서도 용납될 수 없는 전쟁 범죄다. 하마스는 이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 대한 무차별 보복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하마스 무력화를 겨낭했다지만 그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희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자지구는 병원까지 피폭돼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안전지대가 없는 상황이다.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로 식량, 물, 의약품까지 반입이 차단됐고 인근 국가로의 피란길도 막혀 200여만명의 주민들은 생지옥을 겪고 있다.
그 어느 쪽이든 생명은 소중하다. 무고한 민간인들의 희생은 최대한 막아야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설득해 가자지구 남부 라파 검문소를 통한 구호 물품 반입의 길이 열린 것은 다행이나 반입량이 최대 트럭 20대 분량으로 제한됐다. 하마스 공격과 시민들에 대한 폭력을 비난하고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촉구하는 내용의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미국의 반대로 무산된 것도 아쉽다. 제각각 셈법으로 머뭇거릴수록 민간인 희생은 불어날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하고 정치적 해법을 모색하도록 유도하는 게 최선일 것이다. 그게 어렵다면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라도 확대하는 게 국제사회가 당장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