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차기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한 이종석(62·사법연수원 15기·사진) 헌법재판관은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특정 정치세력 편을 들지 않는 ‘정통 법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온화하고 겸손한 성격으로 자신과 다른 의견도 경청해 법원과 헌재 안팎에서 신망이 두텁다. 이 후보자는 이날 퇴근길에 윤 대통령과의 친분에 대한 우려에 대해 “유념해서 공무를 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추천 몫으로 2018년 10월 헌법재판관에 지명된 이 후보자는 이은애 이영진 재판관, 지난 3월 퇴임한 이선애 전 재판관과 함께 주로 보수적 의견을 내 ‘헌재 보수 4인방’으로 꼽혔다. 그는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으로 탄핵 소추됐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사건 주심을 맡았다. 헌재는 지난 7월 전원일치 기각 결정을 내렸다. 지난 3월 ‘법안 유효’로 결론이 난 이른바 ‘검수완박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권한쟁의 심판에서는 법안에 위헌 요소가 있다면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위장 탈당’을 지적했다.
헌재가 2019년 낙태 처벌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릴 때 이 후보자는 “태아 역시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로서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생명 경시 풍조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이 후보자는 헌법재판관 임명 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 서울고법 수석부장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그와 근무연이 있는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성향은 한쪽으로 뚜렷하지만, 판단이나 결정을 내릴 때 특정 진영이나 정권 눈치를 보는 분은 전혀 아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온화하고 사람에 대한 예의가 있는 ‘대구 양반’”이라고 말했다.
헌재 내부에서도 “인덕이 있고, 다른 의견도 경청하는 포용력을 갖춘 재판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재판관은 평소 주변에 “나를 재판관으로 임명한 정권이라고 해도 위헌인 것은 위헌”이라는 소신을 밝혀 왔다고 한다.
이 후보자가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로 직접적인 친분이 있다는 점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야당의 주요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이 후보자는 성격상 윤 대통령과는 스타일이 많이 다르고, 공식적인 모임이 아닌 개인적 교류는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