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 비판 이유있네… 男 육아휴직 ‘그림의 떡’

입력 2023-10-19 00:03

다음 달 둘째 아들 출산을 앞둔 직장인 이모(32)씨는 고민이 깊다. 육아휴직을 또 내기가 망설여져서다. 이씨는 “첫째 낳을 때도 회사에 눈치가 보여 육아휴직을 쓰고 일주일 만에 출근했다”며 “첫째가 이제 겨우 두 살이어서 손이 많이 가는데 회사를 관두고 육아에 전념하는 아내에게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남성 육아휴직 이용을 장려하기 위해 ‘부모 공동 육아휴직제도’를 확대개편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육아휴직을 낸 남성 5명 중 1명이 3개월도 못 넘기고 직장에 복귀하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1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출산 전후 휴가 및 육아휴직제도 개편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의 24.2%가 3개월 미만의 육아휴직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이상 육아휴직을 쓴 남성은 7.3%에 불과했다. 이는 통계청의 아동가구통계등록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남성의 육아휴직 기간은 여성에 비해 짧다. 육아휴직을 이용한 남성의 휴직 기간은 9개월에서 1년 미만이 35.3%로 가장 많았다. 여성의 9개월에서 1년 미만 육아휴직 비중은 56.8%에 달했다. 1년 이상 육아휴직을 쓰는 여성 비율은 16.4%로 남성(7.3%)보다 월등히 높았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육아휴직을 하는 동안 소득이 크게 줄어드는 게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가족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육아휴직 기간 소득대체율은 44.6%다. 육아휴직 기간 소득이 절반 넘게 줄어든다는 의미다. 육아휴직을 내는 남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걸림돌이다. 지난달 국회입법조사처 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자을 쓰는 한국 남성은 아기 100명당 1~2명에 불과했다.

정부가 내놓은 ‘6+6 부모육아휴직제’는 이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이 제도는 기존의 ‘아빠육아휴직 보너스제’를 흡수한 ‘3+3 부모육아휴직제’를 최근 정부가 확대 개편한 것이다. 부모가 동시에 혹은 차례로 육아휴직을 이용할 때 특례 이용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도록 했다. 하지만 3개월짜리 육아휴직도 못 가는 한국 남성이 이를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육아휴직을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는 사회 분위기부터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직원 1000명 이상 기업의 남성 육아휴직률 공표를 의무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공표 의무를 직원 300명 이상 기업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클로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는 “일본의 아빠 육아휴직제도는 세계서 가장 관용적”이라고 평가했다.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남성 육아휴직제도를 확산하려면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면서 “단기간이라도 많은 지원금을 제공받으면 제도적 효과의 체감도가 오르고 육아휴직을 둘러싼 편견도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