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재정을 정상화하려면 사업 취지와 동떨어진 ‘모성보호’ 관련 비용의 지출 창구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대다수 선진국은 모성보호와 고용보험을 분리해 운영한다. 반면 한국은 육아휴직 등의 모성보호급여를 실업급여 계정에서 80% 이상 충당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총선을 앞둔 국회는 저출산 대응 성격의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쏟아내고 있다. 실업급여 재정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1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고용보험법 개정안 발의 건수는 31건에 이른다. 정부안 1개를 포함해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에서 19건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발의 법안은 11건이다. 주로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구직급여 90일 추가, 육아휴직급여 인상, 배우자 출산휴가(유급) 연장, 가족돌봄휴직 유급화, 난임휴직(유급) 신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저출산 극복 대책을 위해 실업급여 재원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것이다. 구직급여 하한액 하향 조정 및 폐지, 반복 수급자 급여 감액, 부정수급 제재 강화와 같이 실업급여 재정 건전성 강화와 관련한 개정안은 4건에 불과하다.
지난해 모성보호급여에 대한 일반회계 전입금은 3000억원으로 전체 지출액의 15.3%에 그쳤다. 나머지 84.7%를 노사가 돈을 내 모은 실업급여 계정에서 지출했다. 경영계와 학계 일각에서는 “저출산 극복과 일·가정 양립에 따른 편익은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만큼 모성보호급여를 실업급여 계정에 의존하는 현재 체계에서 벗어나 국고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사·정도 공감한다. 장기적으로는 모성보호사업 성격을 고려해 일반회계로 전액 이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육아휴직급여를 고용보험에서 부담하는 나라는 주요국 가운데 한국 일본 캐나다뿐이다. 대다수는 조세 또는 별도 기금으로 대응한다. 박철성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2000년대 초엔 건강보험보다 고용보험의 재정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 모성보호급여를 끌어안았지만 사실 실업급여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다. 이제는 떼어내야 한다. 모성보호사업은 국고 보조금을 늘려 별도 예산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