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공기관 지정 말라던 금감원, 상위직급 늘리곤 있는데…

입력 2023-10-18 04:04 수정 2023-10-18 04:04
금융감독원이 공공기관 지정유보 조건으로 내건 상위 직급 비중 축소 약속 이행이 반년 만에 퇴행, 6개월 전보다 상위 직급이 더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소규모 팀 운영을 통한 상위 직급 확대와 유사 직위를 만드는 식으로 윗선 규모를 키운 탓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일보가 17일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금감원 임직원 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금감원 전체 직원(2047명) 중 상위 직급인 1~3급 직원 수는 760명으로 전체의 37.1%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 정원 기준으로 정한 1~3급 비중 35.7%를 여전히 웃도는 수치다. 지난해 말 기준 1~3급 실제 인원(747명)도 훌쩍 넘어섰다. 금감원의 상위 직급 비중은 한국은행보다 크다. 한은의 전체 직원(2375명) 중 3급 이상 상위 직급은 677명으로 전체의 28.5%를 차지한다.

금감원에 상위 직급이 많은 것은 팀 조직이 지나치게 많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현재 285개 팀을 운영하고 있다. 팀을 잘게 쪼개는 방식으로 조직이 운영되다 보니 팀장급 상위 직급이 늘었다. 팀장을 포함한 인원이 10명에 못 미치는 팀은 280개(98.26%)에 달했다. 팀장을 포함해 인원이 3명뿐인 팀도 13개나 됐다.

금감원은 상위 직급이 지나치게 많다는 문제로 그동안 여러 차례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업무 효율이 떨어질 뿐 아니라 인건비 상승 등으로 감독분담금이 증가하면서 민간 금융사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감사원은 지난 3월 금감원 정기감사 직후 금감원의 상위 직급 및 유사직위 과다 운영이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유사직위란 지방자치단체 파견직원 등에 국·팀장급 지위를 부여해 직제를 늘리는 행위다.

방만 경영 지적이 반복되면서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감원은 2007년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가 감독 업무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로 2년 뒤인 2009년 공공기관에서 해제됐다. 하지만 감사원 지적뿐 아니라 금감원 채용 비리,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대한 부실 감독 문제 등이 이어지며 다시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2018년, 2021년에 금감원을 준정부기관으로 지정하려다 유보한 바 있다. 당시 상위 직급 감축 및 부서 통폐합 등을 권고한 2017년 감사원 지적 사항을 개선하는 것이 유보 조건으로 제시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재부와 매년 감축 범위를 약속하고 이행하고 있다”며 “올해 연말까지 상위 직급을 추가 감축해 35% 조건을 무조건 충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상위 직급은 줄이지 않으면서 5급 직원을 대거 채용하는 방식으로 상위 직급 비율을 낮추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 의원은 “금감원은 2009년부터 이어진 감사원의 지적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상위 직급 숫자도 줄이지 않았다”면서 “계속 유보되고 있는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