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에서 납치한 민간인 인질을 볼모로 협상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감옥에 갇혀 있는 팔레스타인인 6000여명의 즉각 석방 등 요구조건을 제시했다.
이스라엘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하마스의 전 수장 칼레드 메샤알은 16일(현지시간) 밤 알아라비야TV를 통해 공개한 녹화영상에서 “팔레스타인 구금자 6000여명과 인질을 교환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 외) 다른 국적의 인질도 있다. 이들은 우리의 손님이며 상황이 허락할 때 풀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는 이날 포로 영상도 공개했다. 하마스가 텔레그램 채널에 게시한 영상을 보면 한 여성이 이스라엘 중부 출신의 ‘미아 셈’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집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 여성은 “억류됐을 때 손에 큰 부상을 입었지만 하마스가 3시간에 걸쳐 수술해주는 등 보살핌을 받고 있다”고 했다.
하마스의 군사조직 알 카삼 여단 아부 오바이다 대변인은 동영상 성명에서 “약 200~250명의 이스라엘 인질을 억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핵심 조직인 알 카삼 여단이 200여명을, 가자지구 내 다른 무장조직이 나머지를 구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스라엘군(IDF)은 가자지구에 잡힌 인질이 199명이라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약 30개국 국적자가 인질로 잡혀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하마스는 2011년 이스라엘 정부와 인질 교환을 성사시킨 바 있다. 당시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에 5년째 억류 중이던 길라드 샬리트 상병을 데려오기 위해 팔레스타인 구금자 1027명을 석방했다. 하마스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인질 교환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 정부가 인질 협상안을 제시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이스라엘 정부는 선별 지역에 폭격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인도주의 통로를 마련하는 대신 인질의 거처 정보를 넘겨 달라고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