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이태원로에서 교통 소통을 이유로 경찰이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 시행령이 17일 공포·시행됐다.
이번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 시행령에는 집회·시위를 제한할 수 있는 ‘주요 도로’에 이태원로와 서빙고로 등 11개 도로가 추가됐다. ‘관할 경찰서장이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 주요 도시 또는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시위를 제한할 수 있다’는 집시법 제12조에 근거한 개정이다. 개정 시행령은 지난 10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주요 도로 내용을 바꾼 시행령 개정은 2014년 이후 9년 만이다. 서초동 법원·검찰청 사거리, 강남대로 등도 추가됐다. 최근 5년 동안 집회나 시위가 개최되지 않았거나 과거보다 교통이 원활해진 기존 도로 12개는 제외됐다.
주거 지역이나 학교·종합병원·공공도서관 인근 집회·시위에 대한 소음 단속 기준도 강화됐다. 제재할 수 있는 최고소음 기준 위반 횟수를 ‘1시간 동안 3번 이상’에서 ‘1시간 동안 2번 이상’으로 변경했다. 또 평균소음 측정 시간은 ‘10분’에서 ‘5분’으로 줄였다.
현 정부 들어 경찰은 대통령 집무실을 관저로 판단해 옥외집회·시위 금지 장소를 규정한 집시법 11조 ‘대통령 관저로부터 100m 이내 집회 금지’ 조항을 근거로 인근 집회·시위를 금지해 왔다. 이에 집회 주최 측이 법원에 금지 통고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내고, 법원이 이를 인용하는 사례가 반복됐다. 이번 시행령 개정을 두고 정부가 대통령실 앞 집회·시위를 원천 차단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