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방과 후 돌봄·CCTV 안전관리까지 도맡아”

입력 2023-10-17 04:06
지난달 21일 방문한 전남 해남군 화산중학교에서 2학년 학생들이 과학 교과 수업에 참여해 교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해남=김재환 기자

농어촌 작은 학교에서도 학생들은 행복한 학교생활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작은 학교에 배정된 교직원들은 교과 외 업무 부담이 큰 것이 현실이다. 교원 한 명이 여러 사람 몫의 일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교생 11명에 교직원이 14명인 전남 해남군 화산중의 경우 전임교사 자리를 점점 겸임교사가 대체하고 있다. 학생 수 감소에 따라 지역 할당 교사 수도 줄어 한 해 동안 채워야 하는 수업시수도 맞추지 못하다 보니 생긴 현상이다.

전임교사의 부족은 교과 외 교육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학교에서 겸임교사로 일하는 홍모씨는 “교과 지도 못지않게 중요한 학생지도는 외면되고 있다”며 “지도가 필요한 학생이 누군지, 어느 학생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등의 정보가 전혀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겸임교사로 가는 학교는 내가 소속된 학교가 아니라 함부로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수업시간에 문제가 발생해도 생활지도를 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학교에 상주하는 전임교사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화산중의 경우 9명 중 2명이 겸임교사다. 내년이면 1명 더 늘어 3명이 된다. 전임교사 최모씨는 “전임의 겸임 전환 영향이 올해부터 직접 나타나고 있다. 겸임교사는 교과 외 업무에서 배제돼 나머지 인원이 그 외 일들을 감당할 수밖에 없다”며 “수업시간이든 수업 외 시간이든 아이들을 하나하나 세세히 챙길 수 있는 환경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교사 수는 줄어도 행정 업무량은 줄지 않는다. 전교생 10명, 교직원 13명인 전남 영광군 백수서초 6학년 담임인 윤예란 교사는 도시의 큰 학교 재직 때는 행정업무 부담이 덜해 수업 준비에 많은 시간을 썼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시간에 쫓겨 그동안의 ‘노하우’로만 수업을 하는 상황이다.

그는 “100개의 업무를 큰 학교에선 20여명이 나눠서 한다면 여기는 4명이 나눠서 해야 한다. 방과후 돌봄 관련 업무와 CCTV 안전 관리까지 교사가 해야 한다”며 “교사들이 작은 학교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과중한 행정 업무”라고 말했다.

김용현 김재환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