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에 감는 숟가락, 엄지를 넣는 젓가락, 처음부터 기울어져 있는 국그릇….
전시장에 나온 이 작품은 갑작스런 뇌출혈로 신체가 불편해진 라움콘 작가가 자신의 필요에 맞게 재창조한 오브제이다.
서울문화재단이 예술의전당과 함께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여는 기획전 ‘내가 사는 너의 세계’는 이처럼 우리가 잘 몰랐던 장애의 세계, 그들의 느끼는 미적 감각을 공감할 수 있다. 전시에서는 서울문화재단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 13기 입주작가 6명(팀) 시선으로 바라본 세계가 소개된다. 라움콘을 비롯해 김진주, 박유석, 송상원, 유다영, 최서은 등은 구족화, 오브제, 영상, 회화, 사진, 판화 등 각기 다른 세계를 펼쳐 보인다. 유다영은 사진, 글, 점자를 활용한 작품을 선보이고, 최서은은 나무를 깎아 만든 목판화를 통해 본인이 꿈꾸는 가상의 정원을 만든다. 전시장 가장 안쪽에 위치한 박유석의 미디어아트 작품은 어릴 시절 태양을 좋아했던 작가가 눈을 감아도 아른거리는 빛의 잔상으로 얻었던 마음의 안정감에서 영감을 얻었다. 22일까지.
손영옥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