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급등 노리고… ‘정치 테마주’ 빚투하는 강심장 개미들

입력 2023-10-17 04:04

개인 투자자들이 빚을 내 정치 테마주를 사들이는 고위험 투자에 나서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주가 급등을 기대하며 ‘묻지 마 베팅’에 나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단기 급등락하며 큰 손실이 날 수 있는 테마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 거래일인 지난 13일 기준 국내 증시에서 가장 신용비율이 높은 종목은 ‘화천기계’(10.16%)로 집계됐다. 신용비율은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사고 나서 아직 갚지 않은 일종의 외상 상태에 있는 금액을 시가총액으로 나눈 것이다. 신용비율이 두 자릿수인 것은 화천기계가 유일했다.


신용비율이 높을수록 단기 하락 가능성은 커진다. 높은 이자율 때문이다. 증권사의 신용융자 이자는 돈을 빌린 뒤 첫 일주일은 연 4~5%로 시중은행 대출 상품과 비슷하다. 하지만 일주일 정도가 지나면 높아지기 시작해 5~6개월에 이르면 이자 금리가 연 9.90%까지 오른다. 이에 단기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투자자들이 신용융자를 선택한다. 또 주가 하락으로 인한 반대매매 위험도 있다. 반대매매는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산 종목의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증권사가 이를 강제로 매각하는 것이다.

화천기계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테마주로 엮이며 높은 주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화천기계는 이 회사의 전 감사가 조 전 장관과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로스쿨 동문이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분류됐다. 이 감사의 임기는 만료됐지만 이 회사 이사가 UC버클리 로스쿨 출신이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묶이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에 “저와 제 가족은 화천기계와 어떠한 관련도 없다. 주식 투자자들은 유념해 달라”고 당부했지만 이후에도 테마주 투자자의 매수세는 이어졌다. 올해 주가는 26.96% 올랐지만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화천기계의 지난해 말 신용비율은 1~2%대로 시장에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기준점인 3%보다 낮았다. 올해 들어 급격하게 늘기 시작한 신용비율은 조 전 장관의 총선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며 10% 위로 올라섰다. 조 전 장관은 지난달 22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출마를 고민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주요 수급 주체는 개인 투자자다. 개인은 올해만 화천기계 주식을 약 7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기관은 11억원어치 사들이는 데 그쳤고 외국인은 14억8000억원 규모로 순매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테마주로 엮인 대양금속의 신용비율 역시 9.37%로 높은 수준이다. 대양금속은 경기도 전 대변인이 과거 사외이사로 있던 기업이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분류됐다. 안랩 출신 인물이 대표이사를 지냈다는 이유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테마주로 분류된 써니전자도 신용비율(7.17%)이 높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치 테마주는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에 주가가 상승했다 하더라도 결국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