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지하 침수 대책을 내놓은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2만 가구 이상의 서울 반지하 주택이 침수 위험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층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일시 중단된 데다 침수방지 시설을 설치하는 정책도 추진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16일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지상층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주를 마친 서울 반지하 거주자는 3060가구에 불과했다. 서울 반지하에 사는 2만3221가구의 13.2%에 그친 수준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9월 반지하 가구에 지상층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이사비를 지원하는 주거 상향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반지하 가구의 주거 상향 움직임이 더딘 이유로 빠듯한 예산 문제를 제기한다. 국토교통부의 주택도시기금 예산 조기 소진이 예상되면서 지난 5~8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세 임대주택 공급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반지하 거주자들이 이사할 수 있는 지상층 공공임대주택이 확보되지 않았고, 이 기간만큼 반지하 가구의 지상층 이주가 지연됐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지상층 이주 전 반지하 주택의 침수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침수방지 시설 설치도 더딘 상태다. 정부는 지난해 수해피해 이후 물막이판, 수중 펌프 등 침수방지 시설과 개폐식 방범창 등 피난 시설을 침수 위험 가구에 설치할 수 있도록 329억원의 재난관리기금을 마련했지만 이 중 집행된 금액은 49억원(14.8%)에 그쳤다.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 중이지만 집주인은 시설 설치로 침수 고위험 주택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이유로, 거주자는 설치 전보다 빛이 덜 들어오는 등 생활 불편을 우려해 설치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장마철 반지하 수해 재발을 막기 위해선 선제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 의원은 “재해 예방을 위한 개폐식 방범창 및 물막이판 설치 사업 등의 실적이 저조하다”며 “반지하 가구의 주거 안전망 확보를 위해 서울시와 각 자치구의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