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발표가 임박한 상황에서 2025학년도부터 현 정원보다 30% 이상 늘리는 내용의 파격 안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증원된 인원은 지방을 중심으로 충원될 가능성이 크다는 구체적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일방적인 정원 확대가 결정되면 총파업도 불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정부와 의료계 간 극한 대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이연 의협 대변인은 1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제까지 14차례 의료현안협의체를 진행하면서 의대 정원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한 적이 없어 당황스럽다”며 “1000명 확대 방안이 사실이라면 ‘의료계와 함께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한 보건복지부가 입장을 스스로 뒤집은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원 확대 발표가 현실화한다면 총파업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2020년 당시 총파업보다 더한 파국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복지부와 의협은 올해 초부터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의대 정원 문제를 논의해 왔다. 이 과정에서 구체적인 증원 규모와 방식 등은 결론을 내린 바 없다는 게 의협 입장이다.
1000명 이상의 정원 확대는 시민사회가 요구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6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의료 취약 지역에서 근무할 필수 의료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의대 정원을 최소 1000명 늘려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국내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18년째 3058명으로 동결된 상태다. 2020년 정부는 2022년부터 매년 400명씩 10년간 의대 정원을 4000명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의사단체의 파업에 막혀 좌절됐다.
의사 수 부족은 의료계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서울보다 지방 의사 수가 현저히 부족하다. 2021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서울 3.37명으로, 전국 평균(2.13명)보다 훨씬 많다. 수도권에서도 경기 1.68명, 인천 1.77명으로 서울과 차이가 크다. 세종의 경우 1.23명으로 가장 적었고 경북(1.38명), 충남(1.54명), 충북(1.57명), 울산(1.60명) 등도 적었다.
의대도 전국 40곳 중 8곳이 서울에 몰려 있고, 지역별 의대 정원 편차 또한 크다. 2021년 권역별 의대 입학 정원은 서울이 826명으로, 전체 의대 정원(3058명)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정부가 지역 의료 편차를 해소하기 위해 지방 국립대 위주로 의대 정원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여론은 일단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전국 20~60대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한 ‘2023 대국민 의료현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의대 정원을 얼마나 늘려야 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24.0%(241명)가 1000명 이상이라고 답했다. 16.9%(170명)는 300~500명 내외, 15.4%(154명)는 500~1000명 내외라고 응답했다.
차민주 기자 la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