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로 금과 미국 국채, 달러 등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선호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투자정보포털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금 선물 지수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전 거래일보다 3.34% 오른 트로이온스당 1945.90달러에 거래됐다. 강한 매수세와 함께 한 주간 6%가량 올랐다. 국내 금 현물 가격도 오르고 있다. 한국거래소(KRX) 금 시장에서는 지난 13일까지 5일 연속으로 금값이 오르며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금리 시대에 투자 선호도가 떨어지던 금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 여파가 커지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으로 글로벌 은행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부각된 지난 3~4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 중이다. 앞으로 양측의 전선이 확대되거나 충돌 국면이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몰리는 모습이다.
금은 가격 변동 위험이 적은 실물 자산으로 주목받는다. 주식 등 위험자산의 가격이 큰 폭으로 출렁이거나 경기침체 우려가 커질수록 인기가 커지는 투자처다. 미국은행 BNY멜런의 시장전략·통찰 책임자 밥 새비지는 “중동 전쟁이 연장되면 원유 공급 중단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금, 미국 달러, 스위스 프랑과 같은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에도 수요가 몰리고 있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우려에 상승하던 미국 장기채 수익률은 최근 하락 전환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617%로 전 거래일보다 2.02% 빠졌다. 채권 금리가 떨어졌다는 것은 국채 수요가 높아지며 가격이 올랐다는 의미다. 주요 10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블룸버그 달러 현물 지수도 같은 날까지 이틀 연속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이 당분간 국제 경제의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관건은 주변 산유국으로 전쟁이 확산될지 여부다. 물가가 폭등하면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덩달아 커지면서 자산시장도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재용 신한은행 S&T센터 리서치팀장은 16일 “이번 충돌이 만약 이란 등 주변 산유국으로 확전하는 양상을 보인다면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물가와 고용이라는 미국 중앙은행의 정책 변수를 넘어설 결정적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