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가시지 않은 충격… ‘핼러윈’ 흔적 지우는 행사들

입력 2023-10-16 00:03
이태원 참사 1주기를 2주 앞둔 15일 한 시민이 사고 발생 지점이었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 골목에 마련된 ‘10·29 참사 기억의 길’에서 추모 메시지를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의 한 유치원은 매년 10월 말에 진행했던 ‘핼러윈데이’ 행사 대신 올해는 추수감사절 행사를 하기로 했다. 명칭도 ‘어텀(autumn·가을) 페스티벌’로 바꿨다. 유치원 관계자는 15일 “아무래도 핼러윈 행사를 언급하는 게 조심스럽다”며 “지난해 사놨던 핼러윈 용품들은 창고에 그대로 있다. 쓸 일은 한동안 없을 듯하다”고 말했다.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약 2주 앞두고 각종 행사와 축제에서 ‘핼러윈’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가 남긴 상처와 충격이 여전하고, 여론 역시 차갑기 때문이다. 지역 인터넷 맘 카페에서는 ‘분장 대신 파자마 파티를 연다고 한다’ ‘아예 이번에는 핼러윈 행사를 안 하기로 했다’ 등의 글을 찾아볼 수 있다. 일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지난해에 이어 핼러윈 행사를 준비하는 곳이 있었지만, 학부모들이 거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핼러윈 마케팅도 사라진 모습이다. 롯데월드는 매해 9월부터 호러 연출 공간을 만들고 좀비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등 핼러윈 행사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올해는 ‘다크문 인 롯데월드’라는 주제로 웹툰 속 세계를 구현하는 행사를 한다. 에버랜드 역시 ‘해피 땡스기빙데이’라는 주제로 가을꽃과 열매를 선보인다.

지역의 관련 축제도 상당수 중단됐다. 대구 남구는 2018년부터 매해 열었던 축제를 5년 만에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남구는 캠프 워커 등 미군 기지 3곳이 있어 외국인과 상생한다는 취지로 핼러윈 축제를 매년 열어 왔지만, 참사 1주기를 앞두고 행사 폐지를 결정했다.

참사 현장이었던 이태원에서는 핼러윈 일주일 전 열렸던 ‘이태원 지구촌축제’가 개최되지 않는다. 사단법인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는 서울시청과 용산구청의 후원을 받아 해당 축제를 지원해 왔지만, 올해는 열지 않기로 했다. 이태원 상인들은 참사 전후의 트라우마가 재현될까 우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다만 구청과 경찰, 소방 당국은 핼러윈 해당 주간인 오는 27일부터 31일까지 현장상황실을 설치하는 등 만일의 사태를 대비할 계획이다.

핼러윈을 바라보는 여론 변화는 검색량에서도 감지된다. 네이버 포털 키워드 검색량 추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블랙키위’에 따르면 ‘핼러윈’ 키워드 검색량은 지난해 10월 201만4000건에 달했다. 참사 직후인 11월 10만7200건으로 하락한 뒤 쭉 1만건대를 유지해 오다 지난 8월 소폭 상승해 4만건대를 기록했다. 핼러윈을 한 달 앞둔 지난달 검색량도 11만4400건에 그쳤다.

이가현 백재연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