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국민의힘이 임명직 총사퇴와 빠른 총선 체제 전환으로 쇄신책 가닥을 잡았다. 국민의힘은 지난 주말 ‘임명직 당직자 총사퇴’(14일)를 발표한 데 이어 의원 총회(15일)를 거치며 위기의 당을 수습하는 데 분주했다. 의원 총회에서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도부 책임론 의견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6개월 남은 총선 일정 상 ‘김기현 지도부 2기 체제’가 속히 꾸려져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한다. 김 대표는 수도권과 충청권 의원들을 당직에 전진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보선에서 나온 민심과 지금까지의 당 운영을 고려하면 여당의 쇄신책은 미흡한 수준이다.
이번 보선은 김태우 전 구청장이 대법원 확정 판결로 직을 잃으며 치러졌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대법원 판결 확정 3개월 만에 김 전 구청장을 사면복권시켰고 김 대표는 당헌·당규를 어기고 보선 원인 제공자인 그에게 공천장을 줬다. 시작부터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였다. 김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선거 기간 총출동한 채 김 전 구청장을 ‘대통령과 핫라인이 있는 후보’로 추켜세웠다. 그럼에도 17% 포인트가 넘는 격차로 패했다. 당내에서 김 대표보다 책임이 큰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당직자만 물러나고 다시 지휘봉을 잡았다.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꼬리 자르기용”이라 비난하는 이유다.
보선에서 당이 심각히 느껴야 할 건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등 각종 정책 실패로 지난 대선과 지자체 선거에서 표를 줬던 2030과 중산층이 싸늘하게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정권 교체 후 정부와 여당이 민생을 챙기지 않고 사회 및 정치 갈등 조정이 무능력한 데 대한 심판이었다. 이는 강서구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특히 국정 운영의 한 축인 여당의 김 대표는 취임 7개월 동안 용산 대통령실의 뜻을 받드는 것 말고 리더십을 발휘해 민생이나 협치에 나선 일이 드물었다. 비판을 염두에 둔 듯 김 대표는 이날 의원 총회에서 “국민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정부에) 전달하겠다” “내년 총선에서 패배하면 정계은퇴로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만시지탄이지만 국민들은 김 대표의 의지를 주시할 것이다.
물론 가장 변화가 시급한 이는 윤 대통령이다. 김 대표가 운신의 폭이 좁을 정도로 대통령 입김이 당내 곳곳에 영향을 미쳤다. 보선 패배 책임에서 결코 윤 대통령이 자유로울 수 없다. 내년 총선은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의 중간평가다. 지금과 같은 일방적인 국정 운영과 불통의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보선에 이어 총선도 어려울 것이다. 그러면 국가의 명운이 걸린 연금·노동·교육 개혁 등도 물 건너 간다. 대통령이 이번 선거에서 찾아야 할 교훈은 너무도 크고 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