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용산 대통령실 참모들의 출마 러시가 본격화되고 있다. 윤석열정부 출범 3년차에 치러지는 내년 4월 총선에서 ‘용산 프리미엄’이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지 관심이 쏠린다. 진보·보수 진영 양극화가 심해지고 윤 대통령 지지율이 30% 중후반대에 머무는 현 상황이 내년 총선까지 지속된다면 용산 프리미엄 효과는 그만큼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윤심(尹心)’이 갖는 영향력이 지역마다 천차만별인 만큼 단순 지지율로만 그 효과를 따지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총선에 출마하려는 대통령실 참모들을 어느 지역에 배치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다는 얘기다.
출사표 던지는 참모 30명 넘을 듯
이미 시작된 대통령실 참모들의 총선 러시는 출마를 위한 공직 사퇴 시한인 내년 1월 11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대통령실이 내부적으로 총선 출마 수요를 파악한 결과, 출마 의향을 밝힌 참모는 30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지역구가 명기된 출마자 명단까지 돌고 있다. 수석급에서는 이진복 정무수석과 김은혜 홍보수석,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의 출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치적 중량감과 인지도를 고려하면 수석급의 출마는 공직 사퇴 시한이 임박해서야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비서관급에선 지난달 명예퇴직을 신청한 서승우 자치행정비서관이 이달 말 대통령실을 나와 충북 청주에서 출마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주진우 법률비서관과 전희경 정무1비서관, 강명구 국정기획비서관 등도 출마 후보군으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행정관급은 발 빠르게 움직이는 중이다. 이동석·이승환 전 행정관은 일찌감치 대통령실을 나와 출마를 공식화했다. 김기흥 부대변인도 이달 말 사직한 뒤 인천 연수을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진다는 계획이다.
지난 총선에선 청와대 출신 15명 당선
용산 참모 출신 출마자들의 명함에 찍힐 ‘대통령실 근무 경력’이 발휘할 효과는 대통령 지지율과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2020년 21대 총선에는 문재인정부 청와대 참모 출신 25명이 출마했는데, 이 중 15명이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당시 총선 직전 문 대통령 지지율은 50%를 훌쩍 넘었다. 반면 2016년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를 벗어나지 못하던 때 치러진 20대 총선에선 박근혜정부 청와대 참모 출신 당선자가 5명에 불과했다.
현재 윤 대통령 지지율은 30% 중후반대 박스권에 갇혀 있다. 20대 총선 때와 비슷한 상황인 셈이다. 용산 프리미엄이 당내 경선에선 유효하겠지만 본선까지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장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지난 6월 대통령실을 나와 충북 충주 출마를 준비 중인 이동석 전 행정관은 1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유권자들은 상품의 질을 따지지, 대통령실이라는 브랜드만 보고 표를 주지 않는다”며 “외연 확장 없이 용산 프리미엄에만 기대서는 본선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 중랑을에서 뛰고 있는 이승환 전 행정관도 “대통령실에서 근무했다는 경력이 유권자들에게 기본적인 검증은 통과했다는 신뢰감을 주는 건 맞지만, 중도층의 표까지 끌어오기 위해서는 본인만의 ‘플러스알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떤 지역구에 배치되는지 눈여겨봐야
하지만 단순히 대통령 지지율만으로 용산 프리미엄 효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대통령 지지율이 지역에 따라 크게 다른 만큼 향후 지역구 배치를 통해 용산 프리미엄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용산 출신 출마자들이 어떤 지역에서 출마하는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정권 초반 대통령을 최전선에서 보좌한 인물인 만큼 공천에서 일종의 배려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대통령실의 정치적 이해관계도 맞물려 있다. 용산 출신 출마자들이 총선에서 대거 낙선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윤 대통령이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이 총선 이후에도 국정 장악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윤심’을 업은 후보들을 최대한 국회에 입성시킬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대통령실 출신 후보들을 당선 가능성이 큰 지역에 배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해당 지역구의 현역 의원이나 출마를 오랫동안 준비해온 후보군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여권 내에서 교통정리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당내 갈등이 촉발되면서 ‘공천 파동’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다만 현재 여권 내 권력 구도상 대통령실에 반기를 드는 공천 파동이 벌어지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대부분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국민의힘 내에서 대통령실과 긴장 관계를 유지할 만한 세력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용산에 유리한 공천 결과가 나온다 해도 공천 파동이 벌어질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